로니 다운스 OECD 예산·공공지출부국장 “재정건전성 준수 저출산·고령화 대비 중장기 대책은 절실”
입력 2013-10-14 18:2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임박한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중장기 대책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기획재정부 주최 국제재정포럼 참석차 방한한 로니 다운스(Ronnie Downes·사진) OECD 예산·공공지출부국장은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의 국가 부채 수준은 국내총생산(GDP)대비 35∼36%로 국제기준에 비춰볼 때 준수한 수준”이라며 “경제 성장 기반도 튼튼하고 금융위기도 다른 나라에 비해 슬기롭게 극복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선 “모든 나라의 공통과제”라면서 “지출 부문에서 지속가능한 지출 구조를 채택하는 것이 경제성장 저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변화하는 경제 환경을 감안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향후 한국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끼칠 변수로는 세계 경제 침체, 통상무역 증감 등을 꼽았다. 그러나 국제적인 변수는 정부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인구 변화를 고려해 장기적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출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30∼40년 후를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금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인구 분포가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지만 2050년이 되면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된다”며 “더 많은 여성에게 고용기회를 제공하고 교육과 기술 혁신을 지속해야 현재의 성과를 유지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단기적 대응책으로는 재정준칙을 꼽았다. 그는 “재정준칙에는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중기재정계획과 발생주의 회계, 총액배분예산제도(top-down budgeting), 성과주의 예산제도(performance budgeting) 등이 국가 예산의 기준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재정준칙을 통해 국가의 지출한도와 부채한도 등을 명확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산 정책 수립 기준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한국은 정부부채 수준이 낮아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경기 부양책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장기적 안목에서 현재의 부양책이 미래세대의 과도한 부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공기업 부채가 급격히 늘었지만 국가채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 한국의 현실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국영 기업이 모든 재원을 스스로 조달할 때는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지만 재무상태가 국가 경제 발전에 영향을 끼칠 만큼 위험하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의 모국인 아일랜드는 민간 은행 부문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야 했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며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OECD는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