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폰 시장 ‘포화’… 2013년 첫 마이너스 성장 예고
입력 2013-10-14 18:26 수정 2013-10-14 22:24
놀라운 속도로 커가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을 멈추고 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어느 국가보다 빠른 기술발전 속도와 기기 회전율, 높은 보급률로 무장했던 시장이 ‘레드오션’(Red Ocean·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시장)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2630만대로 지난해 3070만대보다 14%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애플이 아이폰을 공개하며 스마트폰 시장의 문을 열어젖힌 2007년 이후 국내 시장 규모가 줄어들기는 처음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2007년 20만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3G가 출시되면서 2010년부터 큰 폭으로 성장했다. 그해 전년의 8배 수준인 690만대의 판매량을 달성했다. 2011년 1750만대, 지난해에는 3070만대로 정점을 찍었다. SA는 내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속도는 연간 30만∼40만대에 불과해 3000만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중국과 미국, 인도, 일본 등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이 계속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SA가 지난 8월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39.8%, 중국은 19.3%에 불과하다. 성장 여력이 아직 많은 것이다.
중국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억7340만대에서 올해 3억1550만대로 급성장했다. 2018년에는 4억242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1억1490만대, 올해 1억4300만대, 2018년 1억7690만대로 꾸준하게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홍콩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중국 스마트폰 판매가 지난 8월 한 달간 3000만대에 이르러 판매 규모로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3배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그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한계에 다다른 이유는 뭘까. 전자업계에서는 시장 포화와 스마트폰 사양 고급화, 보조금 규제 영향 등을 꼽는다.
이미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67.6%로 세계 1위다.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기능이 등장하지 않는 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구매 욕구를 느끼지 못한다. 여기에다 정부의 보조금 규제로 스마트폰의 체감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욕을 억누르는 경향이 강해졌다. LG경제연구원 배은준 책임연구원은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이 구현되고 나면 그 이후의 (추가적인) 성능 향상에 대한 지불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저성장’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업체가 스마트폰 이후를 책임질 신사업 구상에 들어갔다는 점에서도 감지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wearable) 디바이스’(입거나 착용하는 기기)나 휘는 스마트폰이 아직 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스마트폰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미래의 소비자 반응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은 불안한 시기”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