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학생’ 관리 위프로젝트 강화 시급… 자살한 3명 중 1명, 상담·치료 받고도 목숨 끊어
입력 2013-10-14 18:21 수정 2013-10-14 22:12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 3명 중 1명은 학교 내 시설에서 상담·치료를 받았음에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매년 시행되는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도 이 학생들을 구해내지 못했다. 위(Wee)프로젝트 등을 강화해 위기학생 관리시스템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14일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자살한 학생 중 Wee클래스 등에서 상담·치유를 받은 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자살한 초·중·고교 학생은 71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위클래스 등에서 생전에 상담·치유를 받은 인원은 230명(32.1%)이었다. 위기학생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들 중 상당수가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는 것이 안 의원의 주장이다.
위클래스 등의 기관과 상담했음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들의 비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09년 자살학생 203명 중 상담을 받은 학생이 42명(20.7%)이었고 2010년에는 148명 중 40명(27.0%)이었다. 2011년에는 151명 중 53명(35.1%), 2012년에는 142명 중 60명(42.3%)이 상담을 받았지만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 7월 말까지 7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 중 상담자는 35명(47.9%)이나 됐다. 자살 위험학생 2명 중 1명과는 미리 상담을 했는데도 자살을 막지 못한 셈이다.
정서행동 특성검사도 구멍이 뚫려 있었다. 지난해 상담을 받은 자살 학생 60명 가운데 32명, 올해는 35명 중 13명만이 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정서행동 특성검사가 자살 위험학생을 절반 정도밖에 걸러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위프로젝트는 개별 학교 단위에서는 위클래스, 지역교육청 단위에서는 위센터, 시·도교육청에서는 위스쿨로 체계화된 위기학생 관리시스템이다. 학업스트레스·게임중독·학교폭력 등 다양한 위기상황에 놓인 학생들에게 상담·치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선진적인 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교육부는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했다. 상담인력 대부분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하면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부는 최근 학교폭력과 학생 자살 문제가 불거지자 제도 재정비에 나서 2015년까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위스쿨을 완비하고, 모든 중학교에 위클래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안 의원은 “교육부는 위프로젝트가 제대로 정착해 기능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