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전문성·낙하산 배제… 靑 원칙론 얼마나 통할까

입력 2013-10-15 04:59


공공기관장 인선 기준 당·청 미묘한 갈등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공공기관장, 정부 고위직 인선을 두고 서로 다른 기준을 내세워 미묘한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여당은 정권 창출에 기여한 ‘대선 공신’을 우선 배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전문성을 고려하고, 가능한 한 ‘낙하산’을 피하겠다는 원칙론을 앞세우고 있다.

청와대는 우선 전문성을 검토한 뒤 같은 수준이라면 대선에 기여한 인사에게 ‘가산점’을 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모와 추천 등 공식적 절차를 통해 후보를 물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권 창출 기여도에 방점이 찍혀 있는 여당과의 차이점이다.

청와대는 ‘자리를 나눠가졌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모든 비난의 화살이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쏠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임명된 인사가 업무 능력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여 정책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 관행을 수차례 비판했고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조속한 인선을 촉구하는 여당과는 다르게 인선 시기도 의도적으로 서두르지 않고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선 기준에 대한 당·청 간 이견은 박근혜정부 출범 전부터 감지됐다.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비서진, 장·차관 인선 과정에서 여당 입장에서는 생소한 인물들이 대거 합류했다. 당시에도 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팽배했지만 정권 초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일단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공공기관장 및 공석인 정부 요직 인선이 임박하면서 여당 내에서 다시 청와대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내부에서 인선 기준을 미세하게 조정하려는 기류도 일부 감지된다. 여당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해 국정 운영의 동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통령은 정기국회에서 민생법안 및 내년도 예산안의 조속한 통과를 원하지만 대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여당까지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또 전 정권에서 임명됐거나 물색된 양건 전 감사원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이 퇴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외압’ 의혹이 일자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후보들을 인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고 한다.

청와대 안팎에서 대안으로는 ‘선별적 기용’이 거론된다. 자리에 따라 인선 잣대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으로 철저하게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 외에는 정권 창출 기여도도 충분히 감안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여당 지도부 또는 개인 차원에서 건넨 후보 추천 명단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남아 순방에서 돌아온 박 대통령은 14일 매주 월요일 주재하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일정도 잡지 않고 김기춘 비서실장으로부터 인사 문제를 포함해 부재 중 현안에 관한 종합 보고를 상세하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이기도 한 김 실장은 박 대통령 출장 기간 새누리당 지도부와 회동도 가지면서 인사검증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