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정감사 격돌] 복지부 차관, 靑과 통화·담당 국장도 靑 방문 후 상황 급변

입력 2013-10-14 18:06 수정 2013-10-15 01:34

1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기초연금 정부안이 확정되기까지 2주간의 미스터리를 놓고 공방이 치열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민연금 연계에 대한 복지부 반대가 묵살된 경위와 청와대 역할을 집중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보고문서 원본을 제출하라”는 의원들과 “관행상 공개할 수 없다”는 복지부가 맞서 국감이 한 차례 정회되기도 했다.

◇2주간의 미스터리=진영 당시 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초연금안을 대면보고한 날(8월 30일)부터 최종 정부안(국민연금과 연계해 감액하는 안)이 청와대에 이메일로 보고된 날(9월 13일)까지. 그 2주 동안 기초연금 정부안에 대한 복지부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민주당 김용익·이언주 의원과 복지부 이영찬 차관, 이태한 인구보건실장 사이에 오간 질의응답을 종합하면 8월 30일 대면보고 때만 해도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 연계안 및 소득기준 차등안 둘 중 한쪽 손을 들어준 정황은 없다. 진 장관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했을 때 생길 후유증을 걱정했다. 반면 배석한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소득기준안은 당장 20만원을 지원받는 노인 수가 적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두 안을 다 들은) 대통령이 장관에게 제대로 된 안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는 게 참석자의 전언이다.

상황은 9월 초 반전됐다. 김용익 의원은 “9월 3일 한 언론 보도 이후 청와대 관계자가 ‘국민연금 연계안을 받으라’고 복지부에 지속적으로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 차관은 최 수석과 9월 3, 9일 두 번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복지부 담당 국장도 두 차례 청와대를 방문해 고용복지수석실과 의견 조율을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최종 이메일에는 복지부가 애초 반대했던 국민연계안에 ‘3분의 2’ 계수까지 등장하는 세부설계도가 보고됐다.

◇진영 장관, 결재했나=최종안에 진 장관이 사인을 했는가를 두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정부안이 과연 복지부 방안인가, 외부 설계도를 토대로 만든 일종의 ‘PB상품’인가에 대한 최종판단은 진 장관의 동의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답변은 오락가락했다. “진 장관이 최종안에 결재했느냐”는 이언주 의원의 질문에 오전에는 “결재했다”고 했던 이영찬 차관은 오후에 말을 바꿨다. 그는 “(장관이) 사인을 하는 결재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 장관에게 모든 걸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기초연금 정부안은) 복지부가 주도한 게 아니다. 밖에서 (최종안을) 내리 꽂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익 의원도 “복지부 차관, 실장, 국장까지 모두 진 장관 지시로 정부안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관이 자신이 내린 지시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모든 정황증거가 (복지부가) 청와대 지휘를 받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원본 논란=야당 의원들은 질의 내내 두 차례 청와대 보고문건을 원본 그대로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언주 의원은 “복지부가 공개한 발췌안에는 국민연금 연계에 대한 당시 복지부의 비판적 의견이 의도적으로 삭제됐다. 사실상 문서 변조 아니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이영찬 차관은 “대통령 보고 내용은 나중에 (비공개인)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될 수 있다”며 끝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이영미 유동근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