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에 준 CCM 인증, 면죄부 쥐어준 꼴
입력 2013-10-14 18:06
정부가 기업의 소비자 관련 경영실적을 높이 평가해 각종 혜택을 주는 소비자중심경영(CCM·Consumer Centered Management) 인증제도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면죄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소비자원이 14일 민주당 정호준 의원에게 제출한 ‘CCM 인증 현황’에 따르면 ‘갑(甲)의 횡포’ 논란을 일으킨 남양유업을 비롯해 최근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 욕설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아모레퍼시픽 등이 모두 CCM 인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CCM 인증제도는 각 기업의 경영활동이 소비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지 한국소비자원이 평가한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하는 제도다. 인증을 받은 기업은 공정위에 신고된 소비자 피해 사건에 대한 자율처리 권한이 부여되고, 법 위반이 적발돼도 공정위의 제재수준과 과징금이 경감되는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2005년부터 시행된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116개 기업이 인증을 받았다.
문제는 인증 기업 가운데 각종 부당행위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기업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등 인증이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양유업은 2011년 6월 CCM 인증을 받았고 화장품 밀어내기와 일방적 거래정지로 지탄을 받고 있는 아모레퍼시픽도 같은 해 12월 인증 받았다. 편의점주에 대한 불공정계약과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BGF리테일(2012년 12월)과 변액보험 수수료 담함으로 과징금이 부과된 삼성생명,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이상 2011년 6월)도 모두 CCM인증 기업이다.
이외에도 4대강 입찰 담합으로 전·현직 임원이 기소된 포스코 건설, 기름값 담합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GS칼텍스, 판매점에 대한 부당행위로 과징금이 부과된 SK텔레콤 등도 CCM 인증업체다.
정 의원은 “소비자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을 대거 ‘친소비자적 기업’으로 인증해온 것은 기업의 부당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과 같다”며 “인증 과정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할 필요가 있고, 문제를 일으킨 기업은 사후에라도 인증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