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효성 ‘금고지기’ 고동윤 상무 소환조사

입력 2013-10-15 05:00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고동윤(54) 상무가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11일 효성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이후 사흘 만에 핵심 관련자를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고 상무와 그룹 재무본부 직원 2∼3명을 불러 1조원대 분식 회계와 수천억원 규모의 탈세 행위가 일어난 배경과 경위, 조 회장 일가의 개입 여부 등을 추궁했다.



고 상무는 10여년간 회장 비서실 기획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조 회장의 차명재산 조성과 증식, 부당 대출 등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고 상무가 보관하고 있던 USB 메모리를 국세청으로부터 넘겨받았다. 여기에는 효성그룹의 자금 운용 내역과 조 회장에게 관련 상황을 보고하는 문건이 저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고 상무를 1∼2차례 다시 소환할지, 바로 사법처리 수순에 들어갈지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은 2009년 ‘효성 비자금 사건’ 때의 수사 기록 분석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2009년 9월 효성 고문 송모씨 등 2명을 횡령 혐의로 수사할 때 효성건설이 관리한 비자금 장부도 확보했다. 송씨 등은 1998∼2007년 효성 건설부문이 맡은 공사 현장 13곳에서 77억6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검찰이 효성 내부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비자금 장부는 외부인이 쉽게 알아보지 못하도록 영어 이니셜로 된 약어와 암호 등으로 기재돼 있었다. ‘BB 5000만원’ ‘BBKR 100만원’ ‘안SM 300만원’ ‘BSJ 100만원’ 등의 방식이다. BB는 효성 본부, KR은 경리 파트, SM과 BSJ는 각각 상무와 부사장을 뜻하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 장부에는 효성건설이 조성한 비자금이 조석래 회장 일가를 위해 쓰인 정황도 나온다. 비자금 장부상 ‘SBD’란 항목으로 18차례 4829만원이 지출됐는데 당시 법원은 SBD가 성북동, 즉 조 회장의 자택을 의미하는 것으로 봤다. 조 회장 자택 보수 공사와 조경 관리 등에 비자금이 들어갔다는 의미다. 조 회장 선친의 산소 유지·관리를 뜻하는 ‘벽제’ 항목으로는 998만원이 사용됐다.



조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두미종합개발 측으로는 ‘G사업’이란 이름으로 7034만원이, 조 회장이 이사장인 동양학원으로는 ‘DY’ 항목으로 11억원이 지급된 것으로 장부에 적혀 있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