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9세 여자아이까지 강제노역시켰다
입력 2013-10-14 18:03 수정 2013-10-14 22:36
아홉 살 여자 아이까지 일제에 끌려가 탄광과 공장에서 중노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는 14일 조선인 여성 노무자 강제동원 피해 사례로 결정된 1039건을 조사·분석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선 여성 노무자의 일제강점기 평균 동원 연령은 16.46세였다. 공장에 동원된 여성들로 한정하면 평균 연령은 13.2세로 낮아졌다. 위원회는 “노동 가능 연령을 14세로 규정한 당시 일본법도 위반한 만행”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국제노동기구(ILO)의 1919년 공업 부문 협약 등에 비춰 14세 미만 아동의 공장 노동을 제한하는 공장법을 제정했다. 1941년 공포한 국민직업능력신고령에서도 일본은 국민징용령에 따른 징용 대상을 16세 이상∼40세 미만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조선인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귀환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1068명 중 생존자는 634명에 불과했다.
직종별로는 공장동원(614건)이 가장 많았고 탄광(143건), 농장(121건), 토건작업장(17건) 순이었다. 전체의 94.71%가 경상도·전라도·충청도 등 삼남 지역 출신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50.76%는 일본으로, 31%는 국내 작업장으로 보내졌다. 일부는 중국, 러시아, 남양군도 등으로도 끌려갔다.
9세 때 경북 예천에서 인천의 한 방적공장으로 끌려간 김모(80·여)씨는 위원회 면담에서 “작업 중 졸았다는 이유로 눈을 찔려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강원도 양구 출신 장모(84·여)씨도 14세 때 “학교 다닐 아이들을 모은다”는 말에 속아 춘천의 한 방적공장에 보내졌다. 그는 공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집 앞에서 붙잡혀 다시 끌려가기도 했다.
위원회 정혜경 과장은 “여성 강제동원 실태 파악이 우선돼야 하는데 위원회의 신고 접수 기간은 2008년 8월로 종결됐다”며 “미신고자를 구제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