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측 “공소장 잘못 작성”… 檢 “재판 지연 술책”
입력 2013-10-14 18:03 수정 2013-10-14 22:38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14일 오후 2시 수원지법 110호 법정에 웃음 띤 얼굴로 입장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이후 33년 만의 내란음모 재판이다.
짙은 회색 양복을 입은 이 의원은 자리에 앉기 전 변호인 자격으로 출석한 이정희 진보당 대표와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재판이 시작되자 이 의원의 표정은 굳어졌다. 이 의원 측은 공소장의 적법성 문제를 제기하며 검찰과 법리 논쟁을 벌였다. 향후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이 의원 측은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첫 공판 준비기일에서 “검찰 공소장에 문제가 있고 이는 공소 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 측 변호인은 “공소장에 지난 5월 회합 관련 녹취록 대화와 이메일 내용 등이 포함돼 있어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법원이 사건에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증거물 등의 서류가 공소장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 의원 측은 재판 내내 “명확한 범죄 사실이 무엇인지 공소장이 먼저 정리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재판부가 발언 시간을 제한하자 “공정한 재판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반발했다. 서울고법에 제출한 병합 신청서에 대한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미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의원 측은 지난 2일 이번 재판을 이 의원의 ‘선거비용 사기사건’과 병합해 달라는 신청서를 서울고법에 제출했다. 서울고법이 받아들일 경우 이 의원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검찰은 “이 의원 측이 준비기일 첫날부터 재판을 지연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문제가 있었다면 미리 의견서를 제출했어야 한다”며 “내란음모는 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녹취록 내용은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 측은 내란음모 혐의의 핵심 증거인 RO 녹취록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원본 녹음테이프와 녹취록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수원지법에는 보수단체 회원이 몰려들었다. 고엽제 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은 법원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석기를 중형에 처하라’는 플래카드 10여개를 걸고 ‘RO 규탄’ 전단을 배포했다. 오후 1시50분쯤 이 의원을 태운 차량이 법원 정문으로 들어오자 보수 단체 회원들이 몰려들어 경찰 병력과 충돌을 빚었다.
오후 2시 시작된 이 의원의 첫 재판은 1시간40여분 동안 진행됐다. 재판에는 전담수사팀 검사 8명과 변호인단 14명이 총출동했다. 법정 98석은 만석을 이뤘다. 지난달 5일 구속된 이 의원은 이날 5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 진보당 지지자들은 재판 후 퇴장하는 이 의원을 향해 “의원님 사랑합니다”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이 의원은 웃음 띤 얼굴로 손을 흔들며 법정을 빠져 나갔다. 다음 준비기일은 10월 22일 오후 2시다.
수원=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