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받아 계좌 트면 고수당에 정규직 보장” 구직자 두번 울리는 취업사기대출
입력 2013-10-14 17:57
취업난에 시달리던 A씨(26·여)는 얼마 전 한 증권선물투자회사에 지원했다가 낭패를 봤다. 수습기간 3개월만 지내면 연봉 2000만원에 정규직을 보장해 준다는 얘기에 선뜻 지원했는데 취업 조건으로 증권선물계좌 개설을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심지어 개설자금으로 1500만원을 입금하라고도 했다. 계좌만 만들면 수당으로 매일 12만원을 주고, 원금은 수습기간 후 돌려준다고 했다.
A씨는 일단 취업부터 하자는 마음에 계좌를 개설했다. 1500만원은 저축은행 3곳에서 연 36% 이자로 빌렸다. 하지만 3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 회사는 계좌를 들고 종적을 감췄다. A씨는 결국 월 45만원에 달하는 이자만 떠안고 말았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14일 청년 구직자에게 증권선물투자회사 취직 조건으로 대출을 받도록 하는 사기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취업 포털에 직원모집 광고를 올려 이를 보고 찾아온 구직자에게 대출을 받아 입금하도록 한 뒤 이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계좌당 500만원인 증권선물계좌를 개설하면 2만원(1계좌)∼18만원(4계좌)의 인센티브를 매일 지급한다고 구직자들을 꼬드겼다. 납입금은 3개월 수습기간이 지나면 모두 돌려준다고 약속했다.
금감원과 경찰은 이 회사에 속아 증권선물계좌를 만든 피해자가 약 70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가 29세 이하의 청년 구직자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구직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현재 약 400명이 50억원가량의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은 취업 과정에서 회사가 높은 수당을 약속하면서 대출을 권유하면 사기일 확률이 매우 높다며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취업조건으로 신분증·공인인증서·보안카드를 요구해 제출한다면 본인도 모르게 인터넷으로 대출을 받아갈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며 “구직자에게 대출을 해준 저축은행에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전국 대학교와 교육청에도 학생 지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