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샤오린, 뇌물사건 연루 의혹
입력 2013-10-14 17:53
“완전히 악의적인 중상모략이다. 리여사는 지금까지 우리 회사와 관련된 어떤 비즈니스에도 관여한 적이 없다.”
중국 재벌기업인 둥팡(東方)집단 장훙웨이(張宏偉) 회장은 13일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성명에서 언급한 리여사는 리펑(李鵬)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李小琳) 중국전력국제유한공사 회장을 말한다.
장 회장이 이러한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은 지난 10일자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보도 때문. 리샤오린이 스위스 보험회사인 취리히보험이 2000년 중국 보험시장에 진출하기 전 브로커 역할을 했고 이 과정에서 취리히보험 측이 제공한 수백억원대 뇌물이 중국 고위관리들에게 건네졌다는 내용이다. 2000년은 중국이 보험시장을 해외에 개방하기 4년 전이다.
장 회장의 해명은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미국 법원에서 입수한 관련 자료와 리샤오린 남편인 류즈위안(劉智源)이 신화런서우(新華人壽)보험 사장 비서실에 근무한 적이 있다는 사실 등으로 인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둥팡집단은 리샤오린의 초등학교 친구로 둥팡집단 직원이었던 빌 자오에 대해 미국법인 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버지니아주 법원에 고발했다. 그 뒤 쌍방간 비리 폭로가 이어졌다.
리펑은 1988년부터 98년까지 11년 동안 총리를 지냈고 그 뒤 2003년까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을 지내 무려 15년 동안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다. 그의 아들 리샤오펑(李小鵬)은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주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리펑이 밀어붙여 산시(山西)성 성장(省長) 자리에 앉혔다.
이처럼 중국 정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리펑의 딸이 ‘취리히보험 비리’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면서 중국 당국이 태자당(太子黨)에 대해서도 사정의 칼날을 겨눌지 주목된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리샤오린은 95년 10월 스위스 대통령을 위한 만찬에서 둥팡집단 직원이었던 빌 자오를 만나 “취리히보험 회장이 중국 진출에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리샤오린은 그 뒤 둥팡 장 회장과 신화런서우보험 대주주 3명뿐 아니라 중국 고위관료들도 취리히 측에 연결시켜줬다. 취리히보험은 신화런서우보험 지분 매입을 위해 조세회피처인 바하마에 개설된 둥팡집단의 은행 계좌로 1690만 달러(약 178억원)를 송금했다. 이 돈은 샹화이청(項悔誠) 전 중국 재정부장(장관)의 딸과 톈펑산(田鳳山) 전 국토자원부장, 황멍푸(黃孟復) 전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등에게 흘러갔다.
취리히보험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00년과 2004년에 각각 5100만 위안(약 90억원)과 4억3760만 위안(약 767억원)을 들여 신화런서우보험 지분 20%를 인수했다. 이후 10.6%를 되팔아 4억8500만 파운드(약 830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둥팡집단 장 회장은 취리히보험이 둥팡 측에 1690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은 시인하면서 “이는 정상적인 비즈니스에 따른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