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노벨평화상 잡음 왜?… 수상자 매년 정치적 논란 “노벨 뜻 반영안된다” 비판
입력 2013-10-14 17:55
노벨평화상 선정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있는 걸까.
올해도 노벨평화상 수상 논란이 벌어졌다. 전 세계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광범위한 공로와 국제법 아래 화학무기 사용을 금기시한 업적을 인정받아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작업에 돌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가운데 수상한 것이어서 자격 논란이 일었다. “OPCW가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임무에 실패하는 날엔 노벨위원회의 결정은 의미를 잃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노벨평화상 수상 시비에 대한 여진이 계속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평화상 선정 기준 및 책임 소재를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1901년 시작된 노벨평화상은 다른 상들과 달리 스웨덴의 기구가 아닌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수여해 왔다. 또 수여 이후 최소 50년 동안은 선정 과정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다 96년 스웨덴은 스톡홀름의 노벨재단이 노벨위원회의 평화상 선정이 이 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유지(遺志)에 적합하게 이뤄졌는지 관리·감독하도록 법을 제정했다. 라르스 하이켄스텐 노벨재단 이사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재단이 노벨위원회 위원들의 숙고를 판단할 만한 통찰력을 갖고 있겠느냐”며 “평화상 후보에 대한 가치를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평가 잣대가 비교적 명확한 부패사건 같은 것에만 재단이 관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법 제정으로 노벨평화상 선정의 공정성 확보를 꾀했지만 시비는 매년 격화돼왔다. 다이너마이트 발명가였던 노벨은 평화상이 국가 간 박애 증진에 애쓴 이 또는 세계평화를 위한 군비축소에 기여한 이에게 수여되길 바랐다. 하지만 노벨위원회는 몇 년간 노벨의 유지에 걸맞지 않은 이에게 돌아갔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정치화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유럽연합(EU)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2009년), 엘 고어 전 미 부통령(2007년) 등이다.
게이르 룬데스타드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노벨의 유지가 들쭉날쭉했다는 걸 위원회도 알고 있다”면서도 “역사적으로 논란이 심했던 수상 결과가 가장 성공적이기도 했다”고 항변했다. 예컨대 나치에 반대했던 독일 평화운동가 카를 폰 오시에츠키(1935년)나 폴란드 자유노조 솔리대리티를 이끈 레흐 바웬사(1983년), 중국 반체제 운동가 류샤오보(2010년) 등이 그렇다는 것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