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아들 가슴에 묻고서도 손에서 업무 떼지못한 국조실장의 先公後私
입력 2013-10-14 17:54 수정 2013-10-14 20:29
큰아들(28)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슬픔 속에서도 업무를 손에서 떼지 못한 김동연(56·사진)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의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실장은 2년1개월간 백혈병으로 투병해온 아들을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면서도 주변엔 투병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김 실장은 지난달 16일 “건강검진을 받으러 간다”며 하루 휴가를 냈다. 휴가를 낸 날은 월요일로 국무총리가 간부회의를 소집하는 날이어서 비서진은 의아해했다. 김 실장은 당일 큰아들에게 골수를 이식해주기 위해 입원했다. 국무조정실 간부들은 물론 여비서조차 큰아들의 투병 사실을 몰랐다. 다음날(17일) 김 실장은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링거를 꽂은 채 청와대로 향했다. 국무회의가 끝난 뒤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야 할 현안 보고를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 실장은 최근 3개월간 매일 출근하기 전과 퇴근한 후 서울대병원에 들러 무균실에 입원 중인 아들을 돌봤다고 한다. 하지만 아들은 결국 지난 7일 세상을 떠났다. 김 실장은 부고(訃告)도 내지 않은 채 가족·친지와 일부 지인의 조문을 받는 중에도 업무를 챙겼다고 한다.
그는 9일 오전 경기도 광주의 한 추모공원에서 장례식을 치른 뒤 오후에 일부 간부를 불러 다음날 발표할 원전비리 근절대책 추진 결과를 논의하고 발표문을 다듬었다. 일부에서는 발표를 연기하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김 실장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의 강력한 요청이 있는 데다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 브리핑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어 슬픔을 가눌 틈도 없이 지난 주말 내내 국정감사 준비에 매진했다.
김 실장은 13일 국무조정실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고백하자면 스물여덟 해 함께 살아온 애를 이렇게 보낸다는 것이 지금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고 심장에 큰 구멍이 뻥 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14일 “의연했던 김 실장도 상을 치른 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참 자상하고 영리했던 아들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전했다.
세종=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