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위대 군수품 영국 수출

입력 2013-10-14 17:51

일본이 해상자위대용 핵심 군수품을 영국에 수출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국제분쟁 개입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기로 한 원칙을 노골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해상자위대 호위함에 쓰이는 가와사키(川崎)중공업의 엔진 부품을 영국 해군 함선에 사용할 수 있게 수출하도록 용인해 왔다고 교도통신이 14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과 영국 해군함은 같은 구조의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일본이 1967년 정한 무기 수출 3원칙은 유엔이 무기 수출을 금지한 국가나 공산권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이나 개입 우려가 있는 나라에 무기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파병한 적이 있는 영국은 국제분쟁 개입 우려가 있는 나라로 볼 수 있다.

이번 수출 품목은 가스터빈 엔진 내부에서 프로펠러를 돌려 추진력을 발생시키는 회전축에 사용되는 정밀 부품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영국 자동차 제조업체 롤스로이스와 기술 제휴를 하고 라이선스 방식으로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다. 영국 해군은 부품을 교체하려고 롤스로이스에 주문했지만 생산 중단 상태여서 기와사키중공업에 수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방위성은 검토 결과 수출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엔진 부품이 민간 소각장 발전용 엔진 등에 사용된 사례가 있는 만큼 무기로 단언할 수 없기 때문에 수출 금지 품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하지만 영국 해군함이 수출된 부품을 장착하고 참전하면 일본 기술이 전투에 이용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3원칙 위반을 피하려고 군수장비를 민간용으로 전용할 가능성도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