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규모 사절단 파견… 중국·영국 ‘경제 밀월’
입력 2013-10-14 17:53 수정 2013-10-14 22:17
중국과 영국의 화해 무드가 본격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면담한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경색됐었다. 중국의 사과 요구와 영국의 거부 등이 이어지면서 최근까지 중국 정부는 캐머런 총리의 중국 방문 요청을 거절해 왔다. 하지만 최근 영국이 먼저 내민 손을 중국이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조만간 캐머런 총리의 방중이 성사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화해 손짓에 화답하는 중국=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13일부터 대규모 경제 대표단을 이끌고 5일간의 중국 방문을 시작했다. 대표단에는 찰리 빈 영란은행(BOE) 부총재,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 영국 정보기술(IT) 기업 대표들이 포함됐다. 오스본 장관은 방중 기간 마카이 중국 부총리와 양국 간 경제 협력 및 무역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오스본 장관은 14일 베이징대 연설에서 “서방 국가 중 영국만큼 중국에 투자의 문을 열어놓은 나라는 없다”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에 저항하지 않고 과실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오스본 장관은 이날 중국 관광객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비자 간소화 정책도 밝혔다. 1주일 이상 걸리던 비자 발급 시간을 24시간 이내로 줄이는 ‘최우선(super priority) 비자’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선별된 중국 여행사들이 솅겐조약(영국을 제외한 26개 유럽국 간에 무비자 통행을 허용하는 조약) 체결국에 비자 신청을 하면 영국에서는 별도의 신청 절차가 필요 없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조치가 지난해 영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10만명에 달했고, 1인당 소비 규모도 1680파운드(약 288만원)로 미국인 관광객의 3배라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도 대규모 투자 발표로 화답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젠궁(建工)유한책임공사(BCEG)는 오스본 장관의 출국에 맞춰 맨체스터공항 상업지구 개발에 대한 투자 참여 계획을 발표했다. 8억 파운드(약 1조3680억원) 규모로 1만6000개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스본 장관은 “런던올림픽 이후 가장 큰 개발 사업”이라고 환영했다.
◇유럽 내 중국의 최대 투자국은 영국…모두에게 윈윈=중국이 유럽 내에서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는 영국이다.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지난 6월까지 영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금액은 178억 달러에 달한다. 2위 프랑스(92억 달러)의 배 가까운 수치다. 지난해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영국 런던 히스로국제공항 지분 10%를 인수하고 수처리 기업인 템스 워터 지분 9%도 매입했다. 이 밖에 영국 내 2위 은행인 바클레이즈(30억 달러), 영국 석유업체 BP(20억 달러), 영국의 2대 시리얼 브랜드인 위타빅스(19억 달러) 등에도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영국은 서비스 위주의 산업구조 탈피와 침체된 제조업 분야의 부흥이라는 경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과도한 유럽 의존적 경제구조를 재조정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과도한 국내 투자로 인한 거품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BBC는 “영국은 취약점인 제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중국의 자본이 필요하고 중국도 영국으로부터 금융 등 서비스업의 노하우를 얻고 싶어한다”면서 “양국의 경제 협력은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분석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