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림프부종 치료 새 해결사로

입력 2013-10-14 17:32 수정 2013-10-14 22:34


난치성 질환 림프부종 치료에 줄기세포가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라 완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연세에스병원 림프부종클리닉 심영기·소동문 박사팀은 2011∼2012년 암 완치 판정을 받았거나 치료 종결 후 림프부종 때문에 고생하는 암생존자 23명에게 혈관 및 림프관으로 최종 분화되는 자가(自家)지방 및 골수 줄기세포를 각각 주입하고 1년 여 관찰한 결과 최소 30%에서 최고 80%까지 부종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혈관재생능력이 탁월한 줄기세포가 암 치료 후 림프관이 파괴된 부위에 새로운 모세 혈관 및 모세 림프관을 형성해 림프액 순환에 도움을 주었다는 뜻이다. 또 줄기세포가 암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로 손상된 세포를 수리, 정상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림프부종이란 선천성 림프관 발달 미숙 혹은 암 수술 등 외상(外傷)에 의해 림프절이나 림프관이 파괴돼 팔과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붓는 증상을 말한다. 전이를 막기 위해 주위 림프절까지 폭넓게 절제하는 암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 후 주로 발생한다. 암 생존자들이 흔히 림프부종을 암 치료 후유증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사람의 림프계는 혈관계와 신경계에 이어 ‘제3의 순환계’로 불린다. 림프관과 림프절로 구성돼 있고, 림프액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림프액은 보통 하루에 2∼4ℓ가 만들어져 소화관에 영양분을 운반하는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정맥계와 합쳐져 핏속에 림프구를 공급하는 구실도 한다.

따라서 림프계를 구성하는 림프관이나 림프절이 어디든지 손상되면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또 갈 길을 잃은 림프액은 주위 피하조직 사이로 스며들어 조직을 부풀리는 원인이 된다. 이른바 림프부종이 형성되는 원리다.

암 치료 후 림프부종이 나타나면 처음엔 외관상으로는 큰 변화 없이 몸만 전체적으로 무겁고 붓거나 뻐근하게 조이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서서히 겉보기에도 팔 또는 다리가 부은 것이 확연해지고 ‘함요부종’(피부가 탄력을 잃어 손으로 환부를 누르면 쑥 들어갔다가 금방 튀어나오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증상이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고 되레 점점 악화된다는 점이다. 의사들이 흔히 유방암이나 자궁암 수술 후 림프부종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발병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통해 확실히 진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심 박사는 “암 수술 후 림프부종이 생긴 환자들은 특히 면역력도 약해 감염 시 혈관이나 림프조직이 쉽게 썩을 수 있다”며 “이때는 최소 72시간 안에 항생제를 정맥 주사해 세균을 얼른 퇴치해야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평소 탄력붕대나 압박스타킹을 착용, 림프액이 특정 부위에 고이지 않고 주위 림프관이나 림프절 또는 정맥으로 흡수되도록 유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래도 부종 증상이 가라앉지 않고 점점 심해질 때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일단 손상된 림프계를 복원하는 수술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끊어진 철로를 이어 기차가 다시 달릴 수 있게 하듯이 끊긴 림프관을 주위 정맥에 연결시켜 림프액이 고이지 않고 흘러나갈 수 있게 해주는 방법과 다른 부위의 건강한 림프절을 떼어다 이식해 손상된 림프계를 복원해주는 방법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이때 손상된 림프관을 재생시켜 림프계 복원 속도를 촉진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