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용백] 차별 아닌 선별적 방안 필요
입력 2013-10-14 18:09
미국 연방정부의 부분적 업무정지(셧다운·shutdown)가 보름째 이어지고 있다. 집권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2014회계연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대립하면서 빚어진 상황이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는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에 대한 공화당의 반발이 핵심이다. 모든 시민에게 내년 3월까지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전 국민이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공화당은 확대된 건강보험의 운영에 재정 부담이 크고 보험에 강제 가입시키는 건 기업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재정 부담을 놓고 복지 정쟁(政爭)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기초연금법 국민이 납득해야
대한민국에서도 유사한 정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인정액 기준으로 하위 70%에게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법 제정을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격돌하는 상황이다. 주무장관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를 걱정하며 사퇴했을 정도다. 야당인 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에서부터 강력히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연금 수령액은 국민연금과 연계시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10만원까지 줄어들도록 설계했다.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없는 노인은 최대 20만원을 받도록 했다.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에게 기초연금을 덜 주겠다고 설계한 게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세금인 일반재정에서 지출하는 공공부조 성격의 기초연금을 균등하게 주지 않겠다는 방법이 미래 국민연금 수급 대상인 30∼50대를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선별적 복지’라는 이름 아래 성실한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들에게 차별을 시도하는 국가 정책은 옳지 않다. 벌써부터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들이나 장기 가입을 회피하려는 주부, 학생 등 임의가입자들이 국민연금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급속한 노령인구 증가에 대비해 1988년부터 시행된 국민연금제도의 안정성마저 해치고 있는 것이다.
노령인구의 소득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소득을 추적하고 따지고 적용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는 이유로 편의적인 방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합의 과정을 애써 외면하려는 태도일 뿐이다. 그런 만큼 제도 시행에서의 파행도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모든 노인에게 시혜적으로 같은 액수의 생활비를 준다는 것은 처음부터 옳은 게 아니었다. 1916년 그런 연금제도를 도입했던 복지국가 스웨덴도 1998년 빈곤 정도를 따져 지급하는 선별적 복지로 바꿨다. 평균 기대수명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재정 부담 문제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복지 문제는 기초연금이든 뭐든 정쟁적으로만 풀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고령사회에서 고령인구의 복지를 위한 잘 짜인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세금을 쓰는 일이기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즉 합의가 도출될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고령인구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복지노동’ 강화도 필요하다. 고령인구가 일자리를 갖고 생산활동을 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럴 경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서도 시혜적 현금 지원을 통해 생계를 유지시켜야 하는 고령인구 수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政爭 아닌 합의 도출이 중요
셧다운 불편을 겪는 미국 국민들의 감정이 정쟁으로 대치 중인 미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비화하는 상황을 우리 정치권도 교훈삼아야 한다.
김용백 편집국 부국장 yb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