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박철] 한국의 노벨문학상은 요원한가

입력 2013-10-14 18:02


“경제 발전을 토대로 스웨덴 한림원 학자들과 장기적인 교류의 틀 마련해야”

지난주 노벨문학상 발표가 나왔다. 우리는 수년전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에 비상한 관심과 기대를 해왔다. 이미 두 번씩이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일본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에 또다시 기대를 걸었다. 하루키가 수상했다는 오보가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 나오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그러나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은 캐나다의 앨리스 먼로에게 돌아갔다. 한국의 문학 애호가들은 다시 한 번 탄식했다. 한국문학의 노벨상 수상은 요원한 것일까?

오늘날 대한민국은 무역고 1조 달러를 돌파하고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 되었다. G20 국가도 되었다. 런던올림픽에서는 세계 4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기대하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는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최근 필자는 스웨덴 스톡홀름을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아직 높지 않다는 점을 느꼈다. 스톡홀름대학 도서관에 가보면 한국을 소개하는 서적이 일본, 중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중견국 한국의 위상 찾기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문학의 노벨상 수상을 위해서는 작품과 저자뿐만 아니라 한국을 알려야 한다. 국제사회, 특히 노벨상을 수여하는 스웨덴과의 인적교류를 확대하고 더 많은 친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국내 외국학을 특성화한 대학들이 스웨덴의 대학들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 방문 중 스톡홀름 국립대학의 아스트리드 위딩 총장을 만났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외대는 40년 전부터 스웨덴어과를 개설했고 지속적인 학생교류를 하고 있어서 위딩 총장과 오찬을 하며 여러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여성인 위딩 총장은 영화를 전공하는 저명한 스웨덴 인문학자다. 노벨문학상의 최종 결정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이뤄지지만 스웨덴 대학 교수들의 영향도 작지 않다. 스톡홀름대학 교수들도 노벨상 수상 후보자들을 추천할 권한을 갖는다.

노벨상 수상을 목적으로 정부가 개입하거나 의도적으로 로비를 하면 수상후보에서 제외하는 규정이 있다. 그래서 로비를 하더라도 민간외교를 통해 조용히 해야 한다. 일본은 민간 외교 채널을 통해 스톡홀름대학 교수들을 본국으로 특별 초빙해 자국 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갖게 한 것으로 안다. 이처럼 일본은 다양한 경로로 노벨상 수상 지원활동을 꾸준히 펴고 있다. 그래서인지 2000년 이후 거의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런데 우리의 실상은 어떠한가?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학중앙연구소,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기관이 한국학 연구를 지원하면서 중복된 모습도 보인다. 중국이 일원화된 공자학원을 통해 효율적으로 중국을 알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스톡홀름 대학에 한국학과가 신설돼 있으나 보다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우리 문학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려면 한국번역문화원 등에서 작품번역도 필수적이지만 스웨덴 학자들과의 교분과 인적교류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위딩 총장과의 만남을 통해 직감할 수 있었다. 세상에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이 노벨상 수상은 물론 실력으로 가늠하지만 국가의 위상이나 국력과도 비례한다고 본다. 스톡홀름 한국 공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영향력 있는 스웨덴 교수들과 유력인사들을 지속적으로 한국대학에 초청해 진정한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단군 이래 최초의 노벨상 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추가적인 수상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다만 경제, 무역, 문화의 성장과 발전을 토대로 스웨덴 한림원 학자들의 시선을 한국으로 돌리게 하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교류의 틀이 필요하다. 올림픽 세계 4위 달성의 지원과 노력만큼, 이제 국격 상승을 위하여 국민과 정부 모두가 노벨상 수상을 위하여 힘을 쏟기를 기대한다. 뜻이 있는 곳에 반드시 길이 있을 것이다.

박철 한국외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