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더치 커피

입력 2013-10-14 18:03

더치 커피는 물을 사용해 3시간 이상 추출한 독특하고 향기 좋은 커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풍 커피로 열대지방의 원주민 사이에서도 이 풍습이 보인다. 네덜란드령이었던 인도네시아의 커피를 유럽으로 운반하던 선원들이 17세기 배에서 장기간 항해하는 동안 커피를 마시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라고 한다.

워터드립이라고 불리는 저온 커피추출 방식으로 곱게 간 원두에 찬물을 천천히 떨어뜨려 한 방울씩 모은다. 쓴맛이 적게 나고 부드러울 뿐 아니라 맛과 향이 독특해 다크 초콜릿과 와인을 연상시키는 깊고 진한 향이 매력이다. 가장 큰 특징은 몸에 해로운 카페인 성분이 다른 커피보다 상당히 적다는 점. 적당히 마시면 당뇨, 고혈압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커피 회사의 꾸준한 마케팅으로 세계 커피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림잡아 2098조원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커피 소비시장인 미국의 시장 규모만 520조원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워낙 다양한 커피가 팔리다 보니 우리나라 브랜드까지 진출해 있을 정도다.

세계 커피업계의 관심은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이 어느 정도 빨리 커피에 빠질 것인가에 모아져 있다. 시장 규모가 700억 위안(약 12조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중국 도시의 연간 1인당 평균 커피 소비량은 4잔.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라 할지라도 연간 20잔에 불과해 커피 다소비 국가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의 경우 국내 커피시장의 포화상태에 따른 정부 규제 강화로 대체재인 차 전문점도 급증 추세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있는 데다 커피 시장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틈새 수요를 노린 ‘논 커피(non coffee)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미국이나 캐나다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아 차 시장이 어느 정도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쌀 소비량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커피 소비는 가파르게 증가하다 보니 농업경제연구소가 지난달 자료를 하나 내놨다. 커피 수입은 2008년 10만7000t에서 지난해 11만5000만t으로 늘어 성인 1인당 연간 약 293잔의 커피를 마신 것과 동일한 분량인 반면 쌀은 한 사람이 하루 밥 2공기(1공기 100g)를 채 먹지 않을 정도로 줄었다는 것이다. 더치 커피 발명가들이 이 같은 결과를 상상이나 했을까.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