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곽희문 (12·끝) “하나님, 케냐 선교사명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입력 2013-10-14 18:14
성경 퀴즈 ‘골든바이블’ 성공 이후 힘을 받아 청년 대상 바이블 세미나를 열었다. 가난한 이 나라가 잘사는 길은 결국 예수 믿고 복음을 수용해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이다. 성경 속에서 진리를 캐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을 위해 우리가 이곳에서 땀 흘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들보다 우리가 나은 것이 무엇인가. 복음을 먼저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경제적으로 풍요하다는 것뿐이다. 하나님의 마음은 오히려 가난한 이들에게 더 가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명령하신다. ‘긍휼과 사랑의 마음을 갖고 너희가 이들을 도우라’고 말이다.
본드에 취한 청년에게 쇠파이프로 얻어맞아 다리뼈가 으스러졌던 나는 또 한번 죽음의 위기를 만났다. 하나님은 이 사건들을 통해 인간에게 죽음은 순식간에 찾아온다는 사실, 인간은 결국 천국에 소망을 두고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사실, 내 사역은 언제든지 순교를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각인시켰다.
엘지아들이 사는 숙소 기뚜라이에서 자고 아침예배를 위해 운전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반대쪽 차가 내 차로로 역주행하며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놀란 나는 순식간에 핸들을 꺾었고 내 차는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한바퀴 돌면서 뒤집어졌다.
“아, 이렇게 죽는 것이구나. 오, 하나님. 제가 이제 주님 곁으로 가는 것입니까?”
외마디 기도가 터져 나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살아 있었다. 주위를 보니 운전석만 그대로이고 나머지는 찌그러지고 부서지고 난리였다. 목에서 피가 올라왔다. 충격으로 출혈이 된 게 분명했다. 나는 아내에게 전화했고 아내가 급히 달려왔다. 응급처치 후 집으로 가서 침대에 누웠으나 놀란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한 마디가 모든 상황을 잠재웠다.
“여보. 당신이 순교하기엔 아직 때가 차지 않은 것 같아. 더 열심히 사역을 하라는 신호 같아. 마사이부족 사역 가는 길에 다시 전화할 테니 좀 쉬고 있어.”
하나님을 만나기 전에는 한번도 큰 사고를 겪은 적이 없던 내가 예수 믿고 왜 이런 일들을 겪는 것일까. 그것은 나의 남아 있는 자아를 내려놓고 더 내려놓고 맨 밑바닥까지 가라앉게 한 뒤에야 하나님의 임재와 일하심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여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하길 원하시는 표증이란 생각도 든다.
그동안 연재한 엘토토 케냐 사역 소개를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내가 케냐에서 체험한 하나님의 은혜와 기적의 역사를 일일이 다 기술하는 것은 무리다.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사역이 대단하다고 감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삶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숨결을 느끼는, 성숙되고 헌신된 크리스천이 되시길 바랄 뿐이다.
나의 엘토토 사역 이야기는 평신도 선교사로 어떻게 부름받아 하나님을 만나고 현장 사역을 펼치는지를 기록한 간증집 ‘복음이면 충분합니다’(아카페북스)에 자세히 수록돼 있다. 또 ‘엘토토 미니스트리’란 틀 안에서 다양한 사역을 펼치는 내용을 블로그(blog.naver.com/soyeon4895)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단 기간에 예수 믿고 부름받아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너무나 행복하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복음의 사명, 그 하나만으로도 말이다.
나는 지금 이미 승패를 알고 있는 게임을 뛰고 있다. 다소 고전을 하고 위기를 넘기고 고통이 있어도 끝내 우리 팀의 깃발이 번쩍 올려질 것을 나는 안다. 하나님이 함께해 주시는 선교는 이미 이긴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불변의 진리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