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해경 데뷔 35년 콘서트 “원조 섹시 디바라는 수식어 싫어 나이 들어서 춤도 못 추겠더라고요”

입력 2013-10-14 08:01


민해경(51)은 열일곱 살이던 1979년 가수로 데뷔했다. 빚에 쪼들리던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였다. 부모님을 돕겠다는 생각에 그는 모든 에너지를 무대에 쏟았고 수많은 노래를 히트시켰다. ‘그대 모습은 장미’ ‘보고 싶은 얼굴’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 ‘그대는 인형처럼 웃고 있지만’….

하지만 90년대 들어 민해경의 활동은 주춤했다. 특히 95년 다섯 살 연하 일반인과 결혼한 뒤부터 그는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았다. 드문드문 음반을 내고 가끔 방송에도 출연했지만 그의 주된 관심은 가정에 있었다. 민해경은 남편을 내조하고 딸을 키우는 데 전념했다.

민해경이 다음 달 9일과 1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여는 콘서트 ‘아임(I’M) 민해경’은 과거 그를 좋아한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공연이다. 지난 10일 서울 반포동 자택에서 만난 민해경은 공연을 통해 자신의 35년 가수 인생을 풀어놓겠노라고 했다.

“한동안 활동을 쉬긴 했지만 녹록지 않은 연예계에서 35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니 스스로 참 기특하단 생각이 들어요(웃음).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달란트 덕분인 거 같아요.”

민해경은 지난 2월 10년 만의 정규 음반인 17집 ‘밸런스(Balance)’를 발표했다. 이번 공연 역시 민해경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단독 콘서트다. 그가 이처럼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한 데는 “이제부터라도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해보라”는 남편의 응원이 있었다.

민해경은 “공연을 통해 진정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콘서트에선 30곡 정도를 부를 생각인데, 관객이 예상치 못한 무대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에서는 저를 언급할 때 ‘원조 섹시 디바’라는 수식어를 쓰는데 저는 이런 수식어가 싫어요. 어떤 편견도 개입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공연명도 ‘아임 민해경’이라고 지은 거고요. 저의 노래, 저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데뷔 35년차 가수의 다짐은 간단명료했다. 그는 “내 나이에 맞는 음악을 하고 싶다”며 “과거엔 화려한 음악을 했지만 이젠 음악이 마음에 든다면 트로트도 불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작곡가들한테 곡을 의뢰하면 과거 제 모습을 염두에 두고 요즘 트렌드에 맞는 곡을 써주는데, 그런 음악을 이젠 원하지 않아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춤도 못 추겠더라고요. 조금만 안무 연습을 해도 잠시 서서 쉬어야 해요. 숨이 너무 차거든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