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탄 지구촌사랑나눔 급식소 복구성금 ‘봇물’

입력 2013-10-13 18:53 수정 2013-10-13 20:56


13일 찾은 서울 가리봉동 지구촌사랑나눔 이주민쉼터 1층의 급식소.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중국 동포 노동자 김모(45)씨가 지난 8일 방화한 뒤 5일이 지났지만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건물 입구에는 출입을 금지하는 통제선이 쳐져 있었고 급식소로 들어가는 복도 벽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바닥에는 유리조각들과 불에 탄 식탁과 의자, 급식시설 등의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2층 외국인노동자 의원 앞에는 화재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당분간 진료를 하지 못한다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었다.



쉼터 5층에서 드리던 주일예배도 이날은 근처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 5층 강당에서 드렸다. 3부 예배 후 식사도 1층 급식소 대신 쉼터 앞 공터에 친 천막에서 했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던 김충옥 중국동포교회 전도사는 “깨끗한 시설이 다 타버려 너무 안타깝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구촌사랑나눔 김해성 목사는 “소방서 추산 재산피해는 550만원이지만 급식시설 복구와 2·3층 전기 및 가스시설 개보수, 화상환자 10여명의 치료비까지 포함하면 최소 2억원이 필요하다”며 “입원치료중인 환자들에 대한 기도와 시설복구를 위한 봉사와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쉼터에는 한국교회와 기업 등의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 조현삼 목사)은 지난 10일 지구촌사랑나눔을 방문, 성금 3500만원을 전달했다. 주대준 한국직장선교협의회장,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 서울외국인노동자 센터, 서울조선족교회, 산돌교회, 서울남노회장로회, 북경교회, 중국선교협의회 등도 위로 방문하거나 성금을 보냈다. 현대오일뱅크와 외환은행, 한국수출입은행도 긴급 지원에 나섰다.

한편 불을 지른 김씨는 고려대구로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받다 12일 자정 숨을 거뒀다. 김 목사는 “병원을 찾아 치료비 문제와 장례 절차를 논의하고 왔다”며 “숨진 김씨를 거두는 일도 내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목사는 “돌이켜보니 신고도, 소방차 출동도, 진화도 빨라서 6개 층 전부가 아닌 1층 무료 급식소만 전소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면서 “신고나 진화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4층 쉼터에서 잠자던 100여명이 참사를 당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급식소를 잿더미로 만든 김씨를 용서하지 못했는데, 원망과 분노의 마음의 문을 열고 주님께서 찾아오셨다”면서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침을 튀기며 설교하더니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시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방화범을 용서했다”며 “이제 용서의 잿더미를 헤쳐, 다시 사용할 수저와 그릇이 있는지 찾아보고, 급식소를 복구해 굶주린 이웃을 챙기겠다”고 밝혔다(02-863-6622).



전병선 이사야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