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죽음의 바다 된 지중해… 나은 삶 찾아 유럽행 북아프리카 난민 태운 배 잇따라 침몰

입력 2013-10-14 04:58


지중해가 죽음의 바다로 변하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행을 꿈꾸는 아프리카와 중동계 난민이 탄 배가 잇따라 지중해에서 침몰하면서 희생자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민 문제 해결을 둘러싼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입장 차이로 신속한 해결책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인다.

13일 BBC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섬 인근 해역에서 200여명의 난민을 태운 보트가 침몰해 27명이 숨졌다. 몰타와 이탈리아 당국은 사고 발생 해역에 구조대를 파견, 인명구조에 나선 상태지만 정확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고를 당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에도 람페두사섬 인근 해역에서 소말리아와 에리트레아인 500여명을 태운 보트가 침몰해 339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11일 시칠리아 부근에서는 여러 척의 배에 나눠 탄 난민 500여명이 해안경비 당국에 적발됐다. 한 명당 5000유로라는 거액의 벌금과 함께 추방당하는데도 난민 수가 줄지 않는 것이다.

유럽행 루트의 관문이 되고 있는 이탈리아나 몰타, 스페인, 그리스 등은 연이은 해상사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셉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유럽 영해가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야 대책을 세우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난민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등은 인도주의 입장에서 이민법 문제 등을 완화해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재정 압박을 우려해 난민 문제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독일은 최근 시리아 난민 5000명을 받아들였다가 국내에서 정치쟁점화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여기에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인해 튀니지와 리비아 출신 난민이 급증한 데다 유럽의 경제위기로 EU 외곽 국경 치안을 담당하는 기관인 ‘국경관리청(Frontex)’의 예산도 2011년 1억1800만 유로(1715억원)에서 올해 8500만 유로(1235억원)로 줄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난민 문제 해결이 요원해지는 상황에서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는 “예산이 빠듯하지만 14일부터 공군과 해군이 인도주의적 차원의 군사작전에 나서서 지중해를 무덤이 아닌 안전한 해역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 트위터를 통해 “너무 안락한 삶에 눈이 멀어 우리 집 문 앞에서 죽어가는 이들을 목도하길 거부하고 있다”며 어려운 이민자를 외면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