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브라질 강했지만 기성용도 강했다… 야유 잠재운 투혼, 스스로 가치 높여
입력 2013-10-13 18:35
대한민국과 브라질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이 열린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 전 출전선수 명단을 소개할 때 기성용(25·선덜랜드) 이름이 전광판에 나타나자 관중석에서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쏟아졌다. 경기 초반 기성용이 공을 잡았을 때도 비슷했다. 일부 팬들은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을 비하한 기성용을 여전히 용서하지 못하는 듯 했다.
한국은 전반 43분 네이마르(FC 바르셀로나)에게 프리킥 결승골을 내준 데 이어 후반 3분 오스카(첼시)에게 쐐기골을 내주며 0대 2로 패했다.
하지만 세계 최강 브라질에 투지는 밀리지 않았다. 마지막 20분 동안엔 오히려 ‘삼바 축구’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특히 기성용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게 사죄”라고 했던 그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기성용은 한국영(쇼난 벨마레)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기성용은 브라질 ‘삼각편대’ 네이마르-조(아틀레티코 미네이루)-헐크(제니트)의 파상 공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전반 16분엔 네이마르에게 강한 태클을 가해 경고를 받기도 했다.
기성용은 한국 공격진이 브라질 미드필더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자 좌우 측면에 날카롭고 정확한 패스를 찔러 넣어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공수에서 기성용의 수준 높은 플레이가 이어지자 관중의 야유는 점차 줄어들었다.
7개월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기성용은 경기 후 취재진에게 “(대표팀 복귀전에서) 어려움은 없었고 나 역시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 줬다”며 “골을 넣지 못했지만 모두 열심히 뛰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일부 관중의 야유에 대해선 “경기에 집중해서 의식할 수 없었다”고 짧게 대답했다.
경기후 브라질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16번’ 기성용을 언급했다.
네이마르는 “7번(이청용)과 16번(기성용)이 특히 나를 거칠게 대했다”고 했고, 오스카는 “16번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같이 뛰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루이스 구스타보도 “한국선수들의 투지에 놀랐다. 특히 16번의 퀄리티가 돋보였다”고 칭찬했다. 그들도 치켜세우듯 현재 기성용 없는 국가대표팀은 상상하기 힘들다. 흑묘백묘다. 이제 팬들도 이제 넓은 가슴으로 기성용을 용서할 때가 됐다. 15일 말리와의 평가전에서 기성용의 플레이를 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