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륙, 집단토론 ‘민주생활회’ 광풍 거세다

입력 2013-10-13 18:38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집권한 뒤 중국 대륙에서 문화대혁명(1966∼76년) 당시 성행했던 ‘비판과 자아비판’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민주생활회’라는 집단토론회를 통해서다. 각 성(省) 정부가 최근 연쇄적으로 민주생활회를 연 데 이어 앞으로 일선 행정 단위는 물론 국영기업, 대학 등 당 조직이 있는 모든 기관에서 이 모임이 개최될 예정이다.

“영도(領導·지도자)가 뭘 좋아하는지에만 관심을 쏟았다. 마음속에서 군중을 제일 높은 위치에 올려놓지 않았다.”(산둥성 당 간부) “나를 향해 먼저 비판의 포문을 열어 달라.”(창웨이 장시성 서기) “성장(省長)이 자만심이 강해 다른 사람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양충융 허베이성 상무부성장)

지금까지 진행된 각 성 단위 민주생활회에서는 각종 제안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산둥성 정부가 지난 9∼10일 이틀 동안 연 민주생활회에서는 다양한 의견 899건이 제기됐다. 한 간부는 자아비판을 통해 ‘관(官) 본위’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광둥성 당 간부들은 지난 10∼11일 민주생활회를 개최하기 전 학습토론회를 9차례나 열었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성에서도 비슷하다. 허베이(河北)성 정부가 지난 10일 소집한 민주생활회에서는 장칭웨이(張慶偉) 성장이 “당의 선진성과 순결성을 유지하자”며 ‘사풍(四風)’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사풍은 형식주의, 관료주의, 향락주의, 사치풍조를 말한다. 시 주석이 이를 척결하라고 주문한 뒤 ‘사풍 반대’는 각 민주생활회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거울을 보고, 의관을 정제하고, 몸을 깨끗이 하고, 병폐를 고치자”라는 구호도 마찬가지다. 각 민주생활회에는 당 중앙에서 파견된 지도감독조가 참석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시 주석이 지난 7월부터 주도한 마오쩌둥(毛澤東)식 ‘군중노선’ 캠페인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군중노선 교육실천활동이 전개됐고 지난달 하순부터는 비판과 자아비판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3일 허베이(河北)성 당 군중노선 교육실천활동 민주생활회에 참석, “비판과 자아비판은 당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무기”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좌파적 군중노선 캠페인은 시한을 1년으로 정한 데서 보듯 집권 초기 권력기반 공고화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산당이 이를 통해 자기혁신을 꾀한다는 측면도 있다. 개혁파로 꼽히는 시 주석이 주도적으로 마오쩌둥식 자아비판을 들고 나옴으로써 보수파와 개혁파 간 노선 갈등이 ‘잠복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개혁파 사이에서는 “비판과 자아비판은 당 일선 조직이 중앙의 눈치보기에만 급급하게 만들 뿐”이라며 “이러한 캠페인이 과거에 성공한 적이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 중앙판공청 연구원을 지낸 정치평론가 우자샹(吳稼祥)은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이 좌파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그는 개혁파의 맹주”라면서 “그의 행보는 일종의 거짓 동작”이라고 최근 아주주간(亞洲週刊)을 통해 분석했다.

즉 시진핑이 지난해 11월 총서기에 오른 뒤 헌법에 의한 통치를 강조하고 광둥성을 맨 먼저 찾아 ‘신(新)남순강화’에 나서는 등 개혁파로서의 본색을 드러낸 뒤 당내 보수파의 반발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체제 안정을 위해 일정기간 좌파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을 뿐이라고 봤다.

Key Word-민주생활회

당원과 영도 간부들이 비판과 자아비판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조직적인 활동을 하는 제도. 시진핑 주석이 지난 7월부터 시작하도록 한 군중노선 교육실천활동에 따른 것.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