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미국인들의 ‘뿌리 찾기’ 열풍

입력 2013-10-13 18:37


미국 공영TV PBS는 지난달부터 매주 월요일 ‘로드쇼, 조상을 찾아서(Genealogy Roadshow)’ 시리즈를 방송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디트로이트 등 주요 지역을 돌며 주민들의 집안 내력이나 조상에 대한 궁금증을 계보학 전문가들의 상담을 통해 풀어주는 프로그램이다.

NBC 인기 프로그램인 ‘당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나요(Who do you think you are)’도 가계(家系)를 추적하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 프로가 명사들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로드쇼’는 일반인들이 출연해 조상의 삶과 지역의 역사를 연계한다.

미국에서 가계조사 관련 서비스는 이미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조상을 찾아주는 인터넷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작한 앤세스트리닷컴(Ancestry.com)은 지난해 16억 달러에 팔렸다. 1990년 문을 연 앤세스트리닷컴은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를 중심으로 전 세계 15개국에서 2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는 패밀리리서치 등 수천개의 족보찾기 사이트와 블로그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30·40대 직장인이나 주부들도 사무실이나 자택에서 인터넷을 통해 가계의 내력과 조상을 찾는 일이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가계조사 관련 상품과 서비스 시장이 2018년에는 43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는 지난해 시장 규모의 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인층의 한가한 취미였던 조상 찾기가 열풍으로 변한 데는 우선 고성능 문서스캔 등 기술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 여기다 미국 정부가 이민입국심사 서류, 재판기록 등 각종 공문서를 일반에 공개키로 한 결정도 영향을 미쳤다. 관공서 기록보관서에 가서 일일이 복사하는 대신 집 안방에서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로 조상들의 흔적이 담긴 문서를 조회하는 ‘뿌리 찾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계보학 관련 인기 블로거인 딕 이스트먼은 지난달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를 형성한 조상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궁금증이 기술 발전과 맞물려 폭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이민자들로 형성된 나라일수록 뿌리 찾기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