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박동창 KB금융 부사장 “ISS 정보제공은 회사·주주위한 최선의 선택”

입력 2013-10-14 04:58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에 정보를 준 것은 회사와 주주 이익을 위한 최선의 행동이었습니다.”

미국 주주총회 안건 분석 기관인 ISS에 내부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금융 당국으로부터 중징계(감봉)를 받은 박동창 KB금융그룹 부사장이 입을 열었다.

박 부사장은 13일 기자와 만나 “ISS에 정보를 제공한 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거부로 2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떨어뜨려놓고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이사회의 전횡을 막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이 서울에서 ISS를 만난 건 지난 2월 27일이었다. 만난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계획과 KB생명의 증자신청 현황, KB금융 주가 추이 등의 자료를 제공했다”며 “모두 회사 내규에 따른 적법한 절차를 밟은 것으로 문제될 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부사장은 외부 기관에 정보를 제공한 건 이사회를 견제할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KB금융이 어윤대 회장 취임 이후 네 번의 인수·합병(M&A) 성공 기회가 있었다”며 “정말 좋은 조건을 가져와도 이사회는 매번 막아섰다”며 한숨을 쉬었다. 여기에는 지난 정부의 금융권 최대 이슈였던 우리금융 3차 민영화도 포함돼 있었다. 박 부사장은 “우리금융을 KB금융이 인수하고 중복 점포를 산업은행이 가져가기로 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도 ‘무조건 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지난해 이뤄진 우리금융 3차 민영화에 입찰도 하지 못했다.

문제의 발단이 된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도 마찬가지였다. ING와 합의한 인수가는 2조2000억원 수준이었지만 다음해에 행사할 수 있는 중간 배당액 수천억원과 국민연금 투자금을 빼면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인수가 가능했다. 박 부사장은 “그 가격도 비싸다면 지분 100%가 아니라 70%만 인수하기로 ING와 협의가 가능했다”며 “12월 14일부터 사흘간 이경재 이사회 의장 집을 찾아가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며 부탁했지만 ‘미안하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은 “박 부사장의 발언은 면피용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금감원은 “그의 징계는 회사 내규 여부와 상관없이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의사결정 최고 기구인 이사회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 외부에 정보를 제공한 행위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