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확대정책 국민감정 어긋나… 의존 정도는 그대로”
입력 2013-10-13 18:27 수정 2013-10-13 23:19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민·관워킹그룹이 13일 원전 정책 수정을 정부에 권고한 것은 현 원전 정책이 국민의 보편적 시각과 어긋난다는 판단에서다. 워킹그룹은 에너지 관련 세제 개편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는 방안도 내놨다.
◇“국민 시각이 변했다”=워킹그룹은 원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5년 전(1차 기본계획)과 크게 달라졌다고 봤다. 원전 가동정지 등 고장과 비리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원전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점도 참고했다.
여기에 경남 밀양의 고압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주민·정부 간 갈등에서 드러났듯 대규모 송전선로 추가 건설이 필요한 기저발전소는 더 이상 중심 에너지원이 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반영됐다.
워킹그룹의 제안은 원전 의존 정도를 앞으로 20여년간 현 수준에서 묶어두자는 것이다. 현재 에너지원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6%다. 석탄은 31%, 액화천연가스(LNG)는 28%다. 지난 정부는 원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값이 싸다는 점을 들어 확대 정책을 폈다.
원전 비중 목표 설정은 지난 5개월간 진행된 워킹그룹 논의에서 의견대립이 가장 첨예한 사안 가운데 하나였다. 워킹그룹은 7∼35% 범위에서 논의를 시작했고, 진행 중인 원전건설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고 가동 중인 원전도 일부 폐쇄해야만 가능한 10%대 수치와 원전공급 확대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30%대 수치를 배제하고 20%대 선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워킹그룹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고 해서 신규 원전이 더 지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경우 적정 원전 비중을 유지하려면 신규 건설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핵·환경단체가 이번 권고를 환영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내리고 유연탄은 과세=워킹그룹은 아울러 향후 5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 전환이다.
워킹그룹은 국제 기준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의 전기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고 파악했다. 특히 에너지 수급조절 기능의 핵심인 유류와 전력의 가격이 역전되면서 지난 10여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전기 소비증가율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전기 가격은 올리고 유류와 LNG 등 비(非)전기 가격은 내리도록 세제를 개편하는 안을 제시했다.
분산형 전력 시스템 확대 제안은 자가발전 및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전력계통 안정을 위한 것이다. 정부는 발전설비를 먼저 계획하고 나중에 송전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발전·송전 설비 계획을 패키지로 짜야 한다.
이밖에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와 자원개발률은 1차 계획 수준인 11%와 40%를 유지키로 했다. 에너지 빈곤층 해소를 위해 2015년부터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자고 권고했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