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세입확충 공감대 필요”… 증세 논의 신호탄?

입력 2013-10-13 18:28

박근혜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가 방향을 틀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국제 무대에서 복지지출 삭감과 세입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노·사·정은 보편적 무상보육 철회에 합의하고 나섰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 제출한 연설문에서 “과도한 복지지출을 삭감하고 세입을 확충하기 위한 정치·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위기에 대한 유로존의 대응이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했다.

현 부총리의 발언은 박근혜정부가 출범 이후 견지해온 ‘증세 없는 복지’ 기조와는 상충되는 내용이다. 정부는 공약가계부를 내놓으면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감면 정비 및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부족 현상이 장기화하고,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자 증세로 방향을 돌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현 부총리는 지난 7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나 비과세·감면 정비 등과 같이 세제 개편의 목적은 세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세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하며 이미 한 차례 방향 전환을 시사한 바 있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로 설정하고 세입 예산안을 작성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 등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은 내년 세계경제 침체 지속을 이유로 우리나라 전망치를 정부보다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정부 전망치보다 낮아질 경우 필연적으로 세수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현오석 경제팀은 복지공약 축소와 함께 본격적인 증세 논의를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한 조세개혁추진위원회와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올해 안에 설치해 증세 문제를 의제로 다룰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다만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중심의 4차 투자 활성화 대책 등을 통한 내수 활성화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현 부총리는 “경제 구조조정을 통한 성장률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며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가의 경우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단기적 수요 감소에 대비하고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적극적인 내수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지방 간 재원 마련 책임 논란을 빚었던 무상보육도 개편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는 “소속 소위원회인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일자리위원회’가 지난 11일 회의에서 무상보육을 고용친화적 방향으로 재편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13일 밝혔다.

노사정위는 “노·사·정 모두 현행 보육지원 정책이 맞벌이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부모의 계층·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이전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았던 전업주부들도 시행 이후 아이를 맡기는 바람에 보육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맞벌이 가구의 이용 제한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 회의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육료 지원 단가를 반일제와 전일제로 양분하고 전일제는 취업 부모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국공립 보육시설 공급 확충 및 취업 부모가 국공립 보육시설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