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후폭풍] 녹취파일 제공 거부… 투자자 두 번 울리는 동양증권

입력 2013-10-13 18:19

동양그룹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위기에 놓인 투자자들이 동양증권의 파렴치한 행태에 가슴을 치고 있다. 상품을 팔 때 온갖 감언이설로 투자자들을 유혹해온 동양증권이 피해가 확산되자 불완전판매 입증의 핵심 자료인 녹취파일 제공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13일 “현재 2만8000건에 달하는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며 “소송을 위해선 불완전판매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고 이를 증명할 녹취파일과 관련 서류가 필요한데 동양증권이 미루고만 있어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그룹 투자 피해자들이 인터넷 카페에도 녹취파일을 확보하려다 동양증권 직원과 다툼이 있었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현재 동양그룹 투자자들은 법정에서 동양그룹의 회사채와 CP에 대한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를 입증해야 손실액을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녹취파일과 관련 서류가 입증의 가장 중요한 증거라고 본다. 투자자들은 판매 당시 동양증권 직원들이 “그동안 부실이 없었으니 손실이 날 확률이 거의 없다. 우리를 믿고 일단 사라”고 자신들을 꾀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증권은 녹취파일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가 녹취파일을 줄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금융투자업 규정은 투자계약 관련자료, 주문기록·매매명세 등 투자자의 금융투자상품 거래 관련 자료 등을 특정 기간에 ‘서면, 전산자료, 그밖에 마이크로필름 등의 형태로 기록·유지해야 한다’고만 명시했다. 이 자료를 투자자가 서면으로 요청하면 6영업일 이내에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녹취파일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

더욱이 동양증권은 이미 법률검토까지 마치고 녹취파일을 주지 않기로 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동양증권 법률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현행 법령에서 통화상담 내용을 제공하는 의무가 있다는 규정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화 상대방인 상담 직원의 음성 역시 개인정보에 해당하므로 상담직원 본인과 책임자의 승인을 얻어야만 한다”며 “녹취파일을 제공해야 할 당사의 의무는 없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이에 조 대표는 “금융당국도 녹취파일 제공에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고만 미적거리고 있다”며 “녹취파일이라고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법의 취지에 따라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의 채권자협의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