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문제 유출 수법 날고뛰는데… 교육청은 구경만
입력 2013-10-13 18:05
초소형 카메라를 동원한 문제 빼내기, 유출 문제의 보안을 위한 스크린 수업, 개별 접촉을 통한 기출문제 매매….
10월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보도(국민일보 10월 9일자 1면)된 뒤 학원가 행태를 고발하는 학부모들의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원들의 문제 빼내기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거액 교습도 성행한다고 지적했다. 신종 수법을 제보한 이들은 몇몇 유명 어학원을 유출 장본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지난 10일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10월 문제를 유출한 학원은 강남의 A학원과 B학원”이라며 “이번 사태는 국가 망신이고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A학원은 지난해 1월부터 25회에 1000만원씩 받고 SAT 과정을 교습하고 있다. 현재 다니는 학생들에게 들어 보니 학원에서 제공하는 문제가 외부로 새 나갈까봐 프린트해서 주지 않고 학원에서 스크린으로만 공부시킨다”고 했다.
이 학부모는 A학원 원장이 직접 미국 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치르며 문제를 빼내 왔다고 주장했다. 초소형 카메라를 오른쪽 소매 버튼 안에 넣고 한쪽 다리에 카메라 배터리, 다른 다리에 데이터 저장장치를 테이프로 고정시킨 뒤 문제를 유출했다는 것이다. 그는 “A학원 원장이 늘 이런 수법을 쓰는 통에 오른팔에 카메라 열로 인한 화상 흔적이 있다고 한다. 10월 시험과 문제가 동일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3월 괌 시험장에서도 이런 수법을 쓴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도 13일 “A학원 원장이 수강생 학부모들한테 전화를 걸어 ‘3000만원을 주면 3월 기출문제집을 통째로 주겠다’ ‘(이번 10월 시험에) 문제가 안 나오면 돈을 돌려주겠다’ 등의 말을 했다”며 “이렇게 개인적으로 은밀히 접근하기 때문에 쉽게 증거가 잡히지 않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유출 수법이 나날이 교묘해지고 그에 대한 증언이 학원가에 파다한 데도 서울시교육청은 “증거가 없어 단속을 나서기 어렵다”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내사에 나서는 상황에서도 일부 학원장의 증언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사교육 업체를 너무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교육청 학원정책 담당자는 문제 유출 의혹이 보도되는 동안 현장점검에 나서기는커녕 “몇몇 학원장들에게 전화를 돌려 보니 아니라고 한다” “지금 영업 중인 학원도 얼마 없는 걸로 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