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수능 연계 정책 되레 학습 부담 늘려”
입력 2013-10-13 18:03
사교육 억제와 고교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 중인 ‘EBS-대학수학능력시험 연계’ 정책이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생 1명이 풀어야 하는 교재가 19권, 문제 수도 5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13일 EBS로부터 제출받은 ‘EBS 수능연계 교재 사업현황’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분석 결과 지난해 10월∼올해 9월 출판된 수능연계 교재만 73종이었다. 분량은 1만8580쪽, 문제는 2만개나 됐다.
문과 수험생이 국어 B형, 수학 A형, 영어 B형을 선택하고 사회탐구 영역 2과목,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한 과목을 선택했다고 가정할 때 봐야 할 교재는 모두 16권이었다. 쪽수는 4222쪽, 문항 수는 4671개였다.
이과생은 학습 부담이 더욱 늘어난다. 이과생이 국어 A형, 수학 B형, 영어 B형을 선택하고 과학탐구 2과목, 제2외국어·한문에서 1과목을 선택할 때 풀어야 할 교재는 22권이었다. 5648쪽에서 문제를 6259개나 풀어야 하는데 이는 문과보다 수학 영역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EBS-수능 연계율은 해마다 70∼80% 정도로 EBS 교재는 제2의 교과서로 활용된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과서 대신 EBS 교재를 보고 수업 대신 방송 강의를 시청하기도 한다. EBS가 공교육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교육부는 EBS 연계율을 낮추는 안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사교육 우려 등을 고려해 백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EBS는 이런 독점적 지위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학부모·학생 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 문과생이 필요한 교재 16권을 다 보려면 1인당 10만2000원, 이과생은 22권을 사야 해 13만9000원이 든다.
박 의원은 “EBS는 올해에만(8월 기준) 수능 문제집으로 539억원을 벌어들였다”면서 “EBS-수능 연계가 사교육 억제라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으나 학생들에게는 학습 부담을, 학부모에게는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