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확대 정책 ‘제동’ 비중 40%→ 20%대↓

입력 2013-10-13 17:58

원전 비중을 더 이상 높이지 말자는 안이 시민사회와 산업계, 학계, 정부 관계자 60여명의 민·관워킹그룹을 통해 제시됐다. 1970년대 이후 지속돼온 우리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처음으로 변화를 맞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선으로 구성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민·관워킹그룹은 13일 기존의 원전 확대 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내용의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13∼2035년) 초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5년 전인 2008년 제1차 계획에서 2030년 41%로 목표한 원전 비중을 2035년 22∼29%로 축소했다.

민·관워킹그룹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잦은 고장 등으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민적 수용도가 그만큼 낮아졌다”고 비중 축소의 이유를 밝혔다. 김창섭(가천대 교수) 위원장은 “1차 계획이 경제성·공급안정성을 중심으로 수립됐다면 2차 계획에서는 여기에 더해 수용성·안전성·환경 등이 균형 있게 반영되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권고는 고리원전 1호기가 1978년 준공된 이래 35년간 공급 확대 일변도였던 원전 정책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을 폐쇄하고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민·관워킹그룹은 또 과도한 전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기요금은 인상하고 유류·액화천연가스(LNG) 등 비(非)전기 가격은 내리는 방식의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을 권고했다. 환경오염 우려가 큰 발전용 유연탄은 과세를 신설해 활용도를 낮추도록 하는 세제 개편안도 제안했다.

민·관워킹그룹은 2035년에는 적극적인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수요의 15% 이상을 감축하는 한편 전체 발전량의 15%를 자가용 발전설비·집단 에너지 등 분산형 전원으로 충당하라는 제안도 했다.

정부는 초안에서 제시된 정책의 방향성을 그대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에너지 정책의 전면 수정이 예상된다. 정부는 10∼11월 두 차례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12월 최종안을 확정한다.

그러나 에너지정의행동, 그린피스 등 반핵·환경 단체들은 이번 초안에 대해 “1차 계획에서 나아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력수요량을 구체적으로 전망한 뒤 그에 맞춰 원전 비중을 논해야 한다”며 “2035년까지 기준 수요 대비 15%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만으로는 불분명하며, 에너지 수요 증가를 감안할 때 결국 원전 건설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