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카드단말기 선정 과정 수십억 뇌물 먹은 공무원들

입력 2013-10-13 17:54

전국 7000여개 우체국의 카드결제를 중개하는 밴(VAN) 서비스업체로 선정되게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업체로부터 수십억원 뇌물을 받은 현직 공무원들이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석우)는 우편요금 결제 중개 사업권을 얻기 위해 우체국 공무원에게 뒷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로 6급 세무 공무원 이모(54)씨와 별정우체국중앙회 부회장 심모(66)씨를 구속하고 밴 대리점주 박모(42)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서울 모 우체국 5급 공무원 황모(57)씨도 함께 구속기소했다.

이씨 등 3명은 2008년 4월부터 올 7월까지 밴 서비스업체 A사로부터 34억원을 받아 이 중 약 4억원을 황씨에게 건넨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처남인 밴 대리점주 박씨에게 우정사업본부가 밴 사업자를 추가 선정한다는 정보를 듣고 서울중앙우체국장 출신인 심씨를 포섭했다. 심씨는 당시 우정사업본부에서 밴 사업자 선정 업무를 담당했던 후배 황씨에게 A사를 선정해 달라고 청탁했다. 황씨는 A사가 선정되도록 평가 점수를 후하게 준 것은 물론 계약 연장에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심씨에게 4억4000만원을, 황씨에게도 자기 부인 명의의 현금카드를 통해 5년여간 매달 700만∼10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약 4억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남은 금액은 자신이 챙겨 주식투자 등에 사용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A사가 국세청으로부터 공제받은 세금이 지난해에만 약 300억원”이라며 “현금영수증 거래 정보 제공을 대가로 감면받은 거액의 세금을 뇌물 자금으로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