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조석래 회장 ‘금고지기’ 정조준… 임직원 본격 줄소환

입력 2013-10-13 17:48 수정 2013-10-13 23:01


검찰은 효성그룹 조석래(사진)회장의 개인재산 관리인인 고모(54) 상무의 역할과 불법행위 가담 정도를 밝히는 데 우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고 상무가 조 회장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게 검찰 인식이다.

고 상무는 국세청이 검찰에 고발한 3명 중 한 명이고, 지난 11일 그의 자택과 사무실이 수색 당했다. 효성그룹 경영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유대진)는 압수수색 영장에 그를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고 상무는 2001년 이사대우로 승진한 이후 12년 동안 회장 비서실 기획담당 임원으로 있으면서 조 회장을 보좌해 왔다. 검찰은 고 상무가 통상업무 외에도 1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조 회장 가족의 차명재산 관리 및 세금 탈루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관련 내역이 담긴 고 상무 소유의 USB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상무는 2009년 효성 비자금 수사 때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효성 고문인 송모씨가 효성건설 공사대금을 부풀려 비자금 10억원을 마련한 뒤 조 회장이 이사장인 동양학원 측에 전달하려 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돈은 4차례로 나뉘어 고 상무의 사무실 금고로 옮겨져 보관됐다. 그러나 수사는 송씨를 횡령 혐의로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고 상무는 조 회장 일가가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에서 부당 대출을 받는 과정에도 관여한 의혹이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고 상무는 2011년 9월 효성캐피탈로부터 1년 기한의 가계대출 25억원을 받았다. 조 회장 일가가 고 상무, 최모(59) 상무 등 임원들 명의로 40여억원(지난해 말 기준)의 차명대출을 받은 사실이 최근 금감원에 적발됐다. 고 상무와 최 상무는 ㈜효성 주식을 각각 2만1000여주, 2만6000여주 소유하고 있는데, 이 역시 차명 주식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 소환에 앞서 고 상무를 불러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CJ그룹 수사 때도 이재현 회장의 ‘금고지기’ 신동기 CJ 글로벌홀딩스 부사장을 가장 먼저 구속하며 이 회장을 압박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를 핵심 인물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수사 중점 대상은 탈세 의혹 전반”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조 회장과 고 상무를 비롯해 핵심 관련자 10명 안팎을 출국금지했다. 14일부터 재무 담당 임직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검찰은 효성 측이 컴퓨터 하드디스크 여러 개를 교체하거나 관련 자료를 없애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