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OPCW 수상 계기로 다시 주목되는 北 화학무기
입력 2013-10-13 17:44
실험중단 및 사찰 위한 국제공조 프로그램 마련해야
노벨위원회가 올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를 지난 11일(현지시간) 선정, 발표했다. 반인륜적 대량살상무기인 화학무기가 전 세계에서 사라지는 역사적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지난 199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창설된 OPCW는 16년간 화학무기 연구·개발, 제조 및 사용 등을 규정한 화학무기금지협약(CWC) 이행 여부를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1993년 회원국 간 체결된 CWC는 화학무기를 일정기간 내 완전히 폐기하고 평화적 연구 목적을 제외한 화학무기의 개발과 생산, 사용, 보유,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OPCW에는 현재 한국 등 189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 이집트, 앙골라, 남수단 4개국은 가입하지 않았고, 가입한 이스라엘과 미얀마는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다.
OPCW는 지난 8월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일부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자 시리아의 화학무기 전면 폐기라는 외교적 해법을 도출해 미국 등 서방의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을 막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OPCW는 지금도 시리아 화학무기와 생산시설을 철폐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시리아가 미국의 공격을 피하려는 외교적 기만을 했다는 시각도 있으나 시리아로부터 화학무기 사용 중단과 폐기 약속을 이끌어내고 후속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북한 내 화학무기를 다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을 상대로 화학무기 생체실험을 실시하고 있다는 탈북자들의 충격적인 증언을 미국의 북한 전문 정보 사이트 38노스가 보도했다. 그동안 북한은 평소 4500t, 전시에는 1만2000t 규모의 화학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생산시설도 북한 내 최소 18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미 북한 전역에 화학무기를 배치하고 이를 탑재·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북한은 이집트와 리비아 시리아 등에 화학무기 연구·개발을 지원하며 국제사회에 화학무기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OPCW가 창설 후 86개국에 대해 실시한 5167차례 사찰 중 2700여 차례가 화학무기 시설에 대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OPCW는 북한 내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다각적인 국제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시리아에서 보여준 대로 북한 내 화학무기 사용 중단 및 사찰, 완전 폐기를 위한 국제적 공조 프로그램을 마련하길 바란다.
북한 역시 노벨평화상 수상의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한다. 북한의 화학무기에 대한 국제적인 감시가 대폭 강화되고 반대 여론이 확산될 경우 북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북한은 당장 끔찍한 화학무기 생체실험부터 중단해야 한다. 나아가 OPCW 회원으로 가입해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화학무기 사용 중단은 물론 이를 완전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