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의 여행] 자크 아탈리 ‘자크 아탈리, 등대’

입력 2013-10-13 17:29


한 인물의 생애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성찰하게 해준다. 그렇기에 한 인물에 깊게 파고들어 전기(傳記)를 쓰는 일은 매혹적이다. 전기는 결국 남의 인생에 대해 쓰는 작가 자신의 시선과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유럽 최고의 석학이라 불리는 알제리 출신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쓴 ‘자크 아탈리, 등대’(청림출판)는 특히 그렇다. 그는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동양과 서양사상의 주춧돌이 된 위인은 물론 찰스 다윈과 토머스 에디슨처럼 과학의 새 지평을 연 천재들, 스탈 부인과 월터 휘트먼처럼 문학을 통해 자신의 삶과 시대를 기록한 작가 등 23명의 ‘등대’와도 같은 인물들의 생애를 아탈리 식으로 추적한다. 우선 서문인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묻어 있는 아탈리 식 접근법이 인상적이다.

“23명의 인물들은 많은 공통점을 공유한다. 모두 나름대로 자신의 운명에 강박적으로 사로잡힌 자기중심주의의 괴물들이다. 모두 자신의 인생에서 비극적 불운을 한 번 이상 겪었다. 모두 설욕하려 애썼다. 우연히 지나쳐버리려고 할 때 그 우연을 붙잡는 특별한 능력을 보인다.”(서문)

그가 23명의 전기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결국 ‘당신이 자기 자신이 되려 하는데 모든 것이 그것을 막으려고 단합할 때,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한마디로 ‘자기 자신이 되는 등대’가 아탈리의 등대인 것인데, 아탈리는 이들 23명의 전기를 통해 모든 대륙과 모든 시대와 모든 문화를 연결하는 부교(浮橋)로서의 입장을 시종 유지한다. 말하자면 인물들에 대한 아탈리 식 입장총서이자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에 대한 입장총서인 것이다.

어차피 한 인물의 생애는 미궁이기 마련이다. 다 알 수도 없다. 하지만 아탈리는 한 인물의 생애에서 감춰진 어떤 부분들, 한 인물이 살다 가면서 자욱하게 피워놓은 먼지가 저절로 가라앉은 후에야 겨우 드러난 것들에 대해 쓰고 있다. 그 드러남에 대해 아탈리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생각되어진 다음에 생각하는 것이다.” 이효숙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