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돌, 가을 극장가 뜨겁게 달군다
입력 2013-10-13 17:29
아이돌 가수 출신이 TV드라마에 얼굴을 비친 경우는 많았지만 끈기와 집중력이 요구되는 영화계에 안착한 사례는 드물다. 걸그룹 ‘미쓰에이’ 출신 수지가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에 등극했고 최근에는 ‘2PM’ 출신 준호(이준호)가 ‘감시자들’로 호평을 받은 것 정도다.
하지만 올 가을 극장가에는 ‘연기돌’(아이돌 출신 배우)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엠블렉’의 이준, ‘빅뱅’의 탑(최승현), 가수 서인국이 그 주인공들. ‘JYJ’의 박유천도 봉준호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에 캐스팅돼 스크린에 데뷔한다.
가장 먼저 관객들을 만나는 연기돌은 이준.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배우는 배우다’가 24일 개봉한다. 이 영화의 제작과 각본을 맡은 김기덕 감독은 “이준의 연기에서 ‘최고’보다 뛰어난 ‘최선’의 가능성을 보았다”며 연기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최승현의 두 번째 영화 주연작 ‘동창생’도 다음달 6일 관객을 찾는다. 데뷔작 ‘포화속으로’(2010)에서 차승원 권상우와 함께 공동주연을 맡았다면 이번 작품은 단독 주연. 전작이 전쟁영화였던 데 반해 ‘동창생’은 액션 영화여서 최승현의 매력이 발휘될 수 있는 여지가 더 크다.
가수 출신 서인국의 데뷔작 ‘노 브레싱’도 30일 개봉한다. 서인국은 ‘슈퍼스타K’ 시즌 1의 우승자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가수로 출발했다. 데뷔하자마자 음원차트를 휩쓰는 등 아이돌 가수와 같은 인기를 끌었지만 연기로 발을 넓히며 더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주목받은 후에는 배우로서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 ‘연기돌’로 불리며 안방극장에서 활약한 박유천도 ‘해무’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봉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로 화제를 모은 ‘해무’는 지난 6일 촬영에 들어가 내년 여름 개봉한다. 박유천은 충무로의 대표 배우 김윤석과 호흡을 맞춰 영화배우로 첫 걸음을 뗀다. ‘성균관 스캔들’ ‘옥탑방 왕세자’ ‘보고싶다’를 잇따라 히트시키며 안방극장에서 연기를 검증받았기에 영화계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최근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은 기본자세도 훌륭하고 연기 외에도 훈련받은 것들이 많아 배우로서 좋은 자질과 가능성을 갖고 있다. 영화에 대한 집중력만 있으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스타에서 배우로 거듭나려면 좋은 시나리오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며 재능이나 상품성을 소비하지 않는 영화에 출연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