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교육 규제, 되레 사교육 부추기나
입력 2013-10-13 17:20
사립초등학교들의 영어 몰입교육 규제가 오히려 사교육시장을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학부모들은 “사립초 영어 규제조치가 발표된 날부터 영어학원들이 들썩이고 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가 또 다른 ‘풍선효과’를 낳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내 최대 학원장 커뮤니티인 네이버 ‘학원관리노하우’ 카페에는 정부 발표 직후인 지난 2일 ‘사립초 영어교육 제한 초등영어학원 대박예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인 한 영어학원장은 “사립초에서 1∼2학년 정규 수업시간에 영어교육을 하지 못하게 하고, 검인정 교과서 이외의 외부 교재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한다”며 “간만에 영어학원장들에게는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사립초 1∼2학년의 영어수업이 금지되고 3∼6학년의 수업시간도 주당 2∼3시간으로 줄게 되면 학생들의 ‘학원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입장이 ‘영어 몰입교육의 효과는 인정하지만 사회적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므로 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사립초인 서울 세종초 1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따로 사교육을 시킬 필요 없이 학교에서 원어민 교사에게서 질 높은 교육을 받아 만족스러웠다”며 “학교에서 이를 못 가르치게 하면 학원으로 가야 한다는 말밖에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상명초 학부모 역시 “정부가 10여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돼 온 수업을 일방적으로 억누르니 당황스럽다”며 “나부터도 벌써 영어학원을 알아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사립초 학생들이 영어학원으로 몰리면서 조기영어 사교육 바람이 공립초 학생들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공립초인 서울 세검정초 학부모 김모(40·여)씨는 “사립초 학생들의 학원쏠림 현상은 공립초 학생들의 학원쏠림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직결될 것”이라며 “정부가 또 다른 ‘풍선효과’는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양 평촌초 학부모 이모(42·여)씨 역시 “대부분의 사립초 학부모들은 영어교육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라며 “그런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억제한다고 해서 안 할 것이라는 생각은 일차원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