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국감 출석할게요” 유통 CEO들이 달라진 이유는… ‘강력 처벌’ 의지에 납작 엎드려

입력 2013-10-13 17:15 수정 2013-10-13 23:21

“미리 잡혔던 약속도 포기하고 (국정감사에) 출석해야죠. 지난해 국감에 불출석한 기업 대표들이 법정에 불려 다니고 벌금까지 내면서 여론이 더 악화됐잖아요.”



최근 국회로부터 국감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는 롯데백화점 대표였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등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병렬 이마트 대표이사,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이사 등 국내 3대 대형마트 사장들도 증인 출석을 나란히 거부한 채 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에는 국감을 대하는 기업 오너들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특히 지난해 증인 출석을 하지 않았다가 된통 혼이 난 유통업체의 경우 이번엔 예외 없이 납작 엎드렸다. 올 국감에는 롯데그룹 신 회장을 비롯해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이사, 김성환 신세계푸드 대표이사,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와 허인철 이마트 대표 등 48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신세계 측은 13일 “국감 기간에 사장의 해외출장 등 특별한 일정은 현재로선 없다”면서 “출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신 회장의 일정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지만 출석 요구를 받은 다음 달 1일 국감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부득이하게 국감 기간 해외출장에 나서는 경영자는 국회에 사전 양해를 구했다. 국회 정무위와 함께 산업통상자원위, 환경노동위 등 3곳에 증인으로 불려가는 홈플러스 도 대표는 15일에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출장 때문에 다음 달로 연기했다. 도 대표는 미국 보스턴대가 경영대학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16일(현지시간) 마련한 ‘홈플러스데이’에 참석하기 위해 방미한다.



유통업체들이 국감에 성실히 임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국감을 기피한다는 인상이 기업 이미지를 나쁘게 한다는 점과 요즘은 법원도 국회 불출석에 대해선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경향 때문이다.



지난 4월 법원은 신세계 정 부회장에게 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었다. 올해 국감에도 불출석하면 법원이 벌금형에 그치지 않고 구속까지 선고할 수도 있는 만큼 “몸을 사릴 필요가 있다”는 게 기업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각 회사들이 국감 답변 준비도 충실하게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달라진 풍속도를 드러냈다.



기업위기 전문가는 “기업인들이 국감 출석을 꺼리는 이유는 모욕적 상황이 연출되면서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까 걱정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이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모욕이고 기업 이미지에도 더 안 좋기 때문에 올해는 웬만하면 증인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