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역경서 꽃피운 따뜻한 예술혼 조각가 신재환展
입력 2013-10-13 17:09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23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조각가 신재환(40)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어머니 손성례(67)씨는 첫돌이 지나도 말문을 열지 못하는 아이에게 배와 사과 등 사물을 든 채 입 모양을 수십 번 되풀이하는 방법으로 훈련했다. 어머니의 눈물겨운 헌신 덕분에 아이는 어느 정도 말문을 트게 되고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이는 운보 김기창 화백의 신문 기사를 오려와 그림을 배우겠다고 했다. 손씨는 아이를 미술가로 온전하게 키우기 위해 1987년 청작화랑을 열었다. 조각가 전뢰진(예술원 회원)씨의 조언으로 그림에서 조각으로 방향을 바꾼 아들은 상명대 조소과에 들어갔다. 돌 깨는 작업을 할 때 잘 듣지 못하는 탓에 망치로 손톱 찧기를 수없이 되풀이했다. 하지만 온 힘을 쏟았다.
숱한 역경을 딛고 그는 작가로 거듭났다. 서울 상문고와 사직공원 등에 작품이 설치되기도 했다. 5회째를 맞은 이번 전시에서 사랑과 행복이 깃든 ‘둥지’(사진), 새로운 탄생의 이미지를 담은 ‘생명의 서정’, 엄마 품에 안긴 아이를 표현한 ‘동심 속에서’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자연과 인간의 따뜻함이 그립다는 작가는 “자연에 대한 경외, 사랑, 친화, 동경 같은 것을 담아내려 한다”고 말했다(02-549-3112).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