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종원] 미국의 셧다운 감상법
입력 2013-10-13 17:36
미국 연방정부 폐쇄(셧다운)가 벌써 2주째 접어들었다. 1995년 이래 17년 만에 정부폐쇄가 다시 발생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전 국민 건강보험법(Affordable Care Act)의 시행을 반대하고, 정부채무 확대를 용인하지 않는 공화당 주도의 하원이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하원을 지배하는 공화당은 서로 미국 국민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상호 비방하고 있는 형국이다. 각국은 미국 의회가 17일까지 정부부채 차입한도 상향 조정을 해주지 않을 때 발생하는 연방정부 예산 20% 자동삭감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국가 디폴트,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 하락 등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우려 속에 현 미국 정치판을 바라보는 몇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첫째는 인적, 집단적 비난이 있다. 이는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일차적으로 지적하는 것으로 연방정부 폐쇄라는 현재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은 공화당이 지배하는 하원이 소위 ‘티파티(Tea Party)’ 그룹이라 불리는 세금 인하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치적 신념을 가진 20∼80명의 공화당 의원들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견해다. 즉, 이들이 당내 강경 비타협 노선을 형성하고 있어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당내 온건파의 입지가 좁다는 견해다.
둘째는 체제적, 구조적인 것으로 분할정부, 의회체제 및 의회구조에 관한 불만이 있다. 대통령의 당과 의회 다수당이 달라 대립되는 분할정부, 상·하원 다수당의 대립이 이러한 혼란의 원흉이니 이것을 근본적으로 고치기 위해서는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 제도를 없애고 국민 전체 투표결과와 정부구성을 일치시키는 근본적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는 오히려 분할정부 시기에 연방정부의 재정지출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는 반론도 있다.
한편 공화당의 강경 입장이 2010년 이루어진 선거구 획정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0년 선거구 재획정(redistricting)에서 뉴욕주와 중서부에서 의석수가 줄고, 인구가 급증한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공화당이 우세한 남부지역에서 의석수가 늘게 되어 공화당에 훨씬 유리한 정치지형이 만들어졌고, 그 지역에서 재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공화당 하원들이 세금 증가를 원치 않는 백인 지역구민들의 정책적 압력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하원에서 242석, 민주당은 193석으로 공화당이 63석을 더 얻었는데, 이는 1938년 이래 공화당이 민주당으로부터 의석 재확보가 가장 큰 선거 결과였다. 다른 한편 의회 구조적으로도 상·하 양원의 다수당이 다른 데다 현재 민주당의 상원 의석수가 54석으로 안정적인 60석에 미달함으로써 공화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하는 의석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셋째는 이에 연관하여 정치문화적 측면이 있다. 티파티 그룹 의원들의 지역구가 백인들이 다수인 남부지역, 부자지역 중심이어서 건강보험법 시행 유예는 차지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세금증가, 정부재정지출 및 부채 확대에 반대하는 정책신념을 가지고 있고, 선거구민의 건강보험법 반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며, 동시에 내년의 중간선거와 2016년의 대선을 의식해야 하는 정치적 계산이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불편한 ‘색깔의 정치문화’가 깔려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정치적 교착은 향후 여론 향배에 따라 해결국면을 찾아갈 것으로 예견되지만, 최근에 잦은 정부의 위기는 미국 정치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는 한국적 복지국가의 제도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한국정치의 구조적 문제들과 대비된다. 극단적으로 상이한 정책적 지향을 가진 정파들 속에서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싸움이 끝내 정부 셧다운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당불신과 정부불신의 심화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종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