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승훈] 新386

입력 2013-10-13 17:35

201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꽤 오랫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LG와 넥센이 4강에 들면서 포스트시즌 대진이 예년과 달리 신선해 보이기까지 하다.

올 시즌 4강에 든 4개 팀의 코칭스태프 구성을 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바로 후배가 감독을 맡고 선배가 수석코치를 맡고 있다는 점이다. 군대 못지않게 상명하복이 뿌리 깊어 비록 다른 학교 출신이라고 해도 선배를 깍듯이 대접하는 것이 운동부 문화인 점을 감안하면 보기 드문 경우다.

정규리그 1위팀 삼성의 김성래 수석 코치는 류중일 감독의 고교(경북고) 2년 선배이고, 3위팀 넥센의 이강철 수석 코치 역시 염경엽 감독의 고교(광주일고) 2년 선배다. 선후배 관계가 가장 철저한 게 고등학교 시절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의아한 조합이다. 2위팀 LG의 조계현 수석 코치는 김기태 감독보다 대학 학번으로 2년 빠른 선배이고, 두산의 황병일 수석 코치 역시 김진욱 감독보다 대학 학번이 1년 앞선다.

프로야구단 감독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선박의 선장과 비교될 만큼 권한이 막강하다. 선수들의 기용을 결정하는 건 물론 작전 선택 등 경기장 내에서 야구단을 좌지우지하는 건 오로지 감독이다. 하지만 감독의 판단이 항상 옳을 수는 없고,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덕아웃 뒤편이나 라인업 외 선수들을 체크하기 어렵다.

그럴 때 빛나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다. 올 시즌 4강팀은 모두 감독보다 선배인 수석 코치들이 백업 선수들을 잘 다독이고 팀 내 소통의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성공적인 시즌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배들이 기꺼이 조연의 역할을 자청하면서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힘을 보탠 것이다.

야권에서 처음 흘러나왔던 ‘신(新)386’이란 용어가 어느새 일반명사처럼 회자되고 있다. ‘신386’은 1930년대에 태어나 60년대에 사회 활동을 시작해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의 인사라는 의미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근 새누리당의 경기도 화성갑 보궐선거 후보가 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주 타깃이다.

어느 조직에나 원로가 있고 그들의 조언은 조직 운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조언자가 전면에 등장하면 그 역할은 빛을 잃고 만다. ‘신386’이란 용어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시하는 배경에는 조연이 주연을 맡으면서 자칫 한 편의 작품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