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곽희문 (11) 성경퀴즈대회 ‘골든바이블’… 6개 학교 불꽃 경쟁을
입력 2013-10-13 17:25
의욕과 활기가 넘치는 청년들이 케냐로 자원봉사를 와 6개월, 1년씩 사역을 돕는 것도 큰 힘이 된다. 또 마음에 소원이 일어난 기독 청년들이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이곳으로 날아왔다. 이들은 정말 열심히 땀 흘렸다. 이들의 땀방울이 모여 엘토토와 엘지아, 엘고마, 복음학교, 부족전도 등 모두가 열매를 맺고 자리를 잡았다. 청년들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해 칭찬하고 박수쳐주고 싶다. 그러나 사람보다 하나님께 인정받는 것이 최고이기에 생략하려 한다.
그런데 이들이 사역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이곳에서 내가 무엇을 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 간다고. 난 청년들이 오는 것을 언제나 환영했고 믿음의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불편하지 않으냐고 주위에서 물어보기도 했는데 난 아니다. 보는 눈이 많으니 삶과 사역이 더 조심스러워지고 긴장되어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엘토토유치원이 두 번째 졸업생을 냈다. 가운까지 빌려 입고 멋진 졸업식을 치렀다. 그런데 이들을 이어 가르칠 초등학교가 아이들을 전혀 보살펴주지 못한다는 데 부모들의 고민이 불거졌다. 그동안은 우리가 먹이고 씻기고 하루 종일 보살폈는데 초등학교는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쓰레기장에서 일해야 하는 부모 입장에선 걱정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 문제를 놓고 스태프와 교사 중심으로 회의를 열었다. 나는 초등학교를 시작할 교실이 없으니 졸업생들은 근처 초등학교에 진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교사들은 생각이 달랐다. 일단 유치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1학년 한 반만 열면 되니 초등학교까지 만들자는 것이었다. 부모들도 그렇게 될 줄 믿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안 된다고만 생각했는데 방법을 찾아보니 칸막이를 막으면 교실 한 칸은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엘토토는 결국 졸업생이 밀려 나오는 통에 초등학교까지 시작하게 됐다. 이 소식을 들은 학부모와 아이들은 좋아서 환호성을 질렀다.
하나님은 2012년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셨다. 초등학교까지 수용해 넉넉하게 공부할 수 있는 더 넓고 안락한 장소로 학교를 옮기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로 사용됐던 건물주가 나를 찾아와 이곳을 빌려 쓸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온 것이다. 마침 기존 건물주인 청각장애인협회도 우리에게 나가달라고 요청하는 시기와 맞물려 하나님의 예비하심과 인도하심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이곳으로 이사한 뒤 한동안 학교 가꾸기에 힘을 모았다. 새로 칠하고 잡초를 뽑고 먼지를 떨어내고 문패를 달아 멋진 학교로 탈바꿈시켰다. 이곳이라면 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 수용할 공간이 되었다.
이사를 한 기념으로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하나 벌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그래서 탄생된 것이 바로 ‘골든 바이블’이다. 우리나라 TV 프로 ‘골든벨’과 같다고 보면 된다. 성경 내용으로 문제를 내는데 ‘창세기’ ‘요한복음’ 등 2주 전에 범위를 정해 공부하도록 한 뒤 우승자에겐 한 학기 학비를 상금으로 주었다. 처음에 학교들이 시큰둥하더니 우승자가 나오면서 학교 간 경쟁이 붙기 시작했다. 6개 학교가 나중에는 성경 교사까지 초청해 공부를 시켜 선수를 내보내는 등 그 열기가 대단했다. 2주마다 골든바이블 행사가 열렸다. 이를 보려고 학생은 물론 학부모, 주민들까지 새까맣게 몰려왔다. 내가 낸 성경 문제를 학생들이 맞히고 박수치고 환호성을 지를 때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나님, 보셨죠. 이 많은 사람 모두 창세기를 읽은 셈이 됐잖아요. 제 아이디어 짱이죠?”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