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졸속 정책에 경종 울린 용인 시민들
입력 2013-10-11 19:21
‘돈먹는 하마’로 전락한 용인경전철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자 결국 주민들이 직접 철퇴를 들었다. 용인지역 시민단체와 주민으로 구성된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은 김학규 용인시장에게 “책임 있는 자들에게 경전철 사업비 1조127억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라”며 10일 주민소송을 냈다. 배상 청구 대상자는 전·현직 용인시장 3명, 용인시 공무원, 시의원, 한국교통연구원을 포함한 용역기관과 연구원, 사업 관계자 등 39명과 4개 기관이다.
용인경전철의 몰골은 참담하다. 지난 4월 개통했지만 하루 평균 탑승 인원이 당초 예상의 5%에 불과해 ‘유령철’로 불린다. 주민소송단은 개통 후 100일간 운행 실적을 따져보니 운영비만 해마다 470여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30년간 총 3조원,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 시의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무분별하게 전시성 대형 사업을 벌인 지자체장, 타당성 평가를 엉터리로 한 국책 연구기관, 이를 눈감아준 지방의회 등이 주민들 대신 그 적자를 책임져야 마땅하다.
행정소송인 주민소송은 사업 당사자가 아닌 주민이 직접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용인시장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하는 간접소송 형태를 취한다. 주민소송은 게다가 먼저 주민감사를 청구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롭고, 패소하면 소송비용도 주민들이 감당해야 하므로 부담이 크다. 이처럼 숱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직접 정의를 세우려는 용인시민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용인 경전철과 비슷한 재앙의 현장은 인천 월미도 은하레일과 아라뱃길, 지방의 적자공항 등 전국에 널려 있다. 부산∼경남 김해 경전철, 경기도 의정부 경전철, 서울 경전철 등 현재 대형 사업을 추진 중인 지자체들도 이번 주민소송 과정을 똑바로 지켜봐야 한다. 주민소송은 선심성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에게도 경종이 돼야 한다. 부실 사업의 정책결정자에게는 퇴임 후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주민소송은 모든 지자체와 정치인들에게 던져진 엄중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