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분별한 피감기관 선정 부실國監 부른다

입력 2013-10-11 19:16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11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박근혜정부 첫 국정감사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새누리당은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국정감사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정책감사에 치중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의원총회를 겸한 국정감사 출정식을 갖고 박근혜정부의 8개월을 평가하는 감사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번 국정감사는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정감사, 서민과 중산층의 먹고사는 문제를 풀어가는 국정감사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국감 일정을 보면 이번 국감 역시 정책감사, 민생감사가 되도록 하겠다는 여야의 약속이 지켜질까 하는 의문부터 든다. 우선 피감기관이 너무 많다. 올해 피감기관은 지난해보다 73곳이 는 630곳으로 사상 최다다. 1988년 국감 부활 이후 처음으로 피감기관 수가 600곳을 넘어섰다. 피감기관이 급증하다 보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무려 104곳, 법제사법위 70곳, 산업통상자원위와 환경노동위 각 53곳, 국방위 52곳을 감사한다. 16개 상임위 가운데 운영위 등 3개 겸임 상임위를 제외한 13개 상임위가 평균 49곳을 감사해야 하는 셈이다. 국감기간 20일 중 토·일요일을 제외하면 실제로 감사할 수 있는 기간은 15일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짧은 기간에 이 많은 곳을 감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실감사, 수박 겉핥기 감사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정감사의 목적은 지난 1년간 행정부가 국정 수행을 제대로 했는지, 예산을 허투루 쓰지는 않았는지 감시하는 데 있다. 피감기관으로 선정되면 국감 준비 때문에 다른 업무는 거의 마비된다. 그런데 정작 국감을 받을 때는 의원들이 하는 둥 마는 둥 형식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로 인한 행정 공백과 경제적 손실 등 엄청난 국가적 낭비에 대해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국감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피감기관 수를 줄이고 산하기관의 경우 격년제로 국감을 실시하는 등의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정감사가 국정 수행에 디딤돌이 되지는 못할망정 걸림돌이 돼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