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지출 대폭 줄이라는 재정학회 경고
입력 2013-10-11 19:10
박근혜정부는 복지공약도 지켜야 하고, 저성장 초입에 접어든 경제도 활성화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러나 잠시 소나기를 피하자고 어물쩍 넘기면서 복지지출 구조조정을 미룰 때가 아니다.
현 정부의 복지지출 계획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재정학회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재정학회 추계 정기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복지지출 증가 속도를 연간 7% 포인트보다 높게 가져가면 경제성장이 오히려 저해될 수 있다”면서 “이 공식을 한국에 단순 적용하면 현재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복지지출을 계획의 약 60%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으로 야당의 의제였던 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된 박 대통령 입장에서 복지지출을 절반 가까이 잘라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초연금 공약 수정만으로도 역풍이 심한데 4대 중증질환 치료비, 반값 대학 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무상보육 등 재정 때문에 난관에 부딪힌 공약들을 수정한다고 하면 반발이 클 것은 자명하다. 그렇더라도 이제는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경기가 안 좋아 세수가 부족한데 씀씀이를 줄이지 않겠다는 것은 오만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대부분 국민들은 증세에 부정적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들에게 증세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답은 하나다. 복지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위기를 겪으면서 1995∼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을 5% 포인트가량 축소했다.
장밋빛 내년 예산안부터 현실적 근거에서 다시 짜야 한다. 신흥국 위기 등이 부각되면서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3.5∼3.7%로 낮춘 데 이어 한국은행도 3.8%로 낮췄다. 정부만 내년 3.9% 성장률 전망을 고집해 복지지출을 그대로 실행하면 25조9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재정적자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