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넬슨 만델라
입력 2013-10-11 19:09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해변에서 12㎞가량 떨어진 로벤(Robben) 섬은 험한 파도 등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17세기부터 교도소와 정신이상자들을 수용하는 병원 등으로 사용됐다. 20세기 후반부터는 ‘지옥도’로 불릴 만큼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로 활용됐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이곳의 4.5㎡ 독방에서 1964년부터 케이프타운의 감옥으로 이감되기 직전인 1982년까지 생활했다. 백인 정권이 그에게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정부 전복 음모를 꾀했다는 죄를 뒤집어씌워 종신형을 선고한 것이다.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독서에 열중하며 생각들을 체계화하는 데 전념했다. 그의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의 전반부는 로벤섬에서 집필됐다. 감옥 안에서의 투쟁을 통해 수감자들을 위한 도서관과 중·고교 및 대학 교육 이수 과정이 만들어지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만델라가 오랜 기간 구금돼 있었다는 역사적 상징성으로 인해 로벤섬은 199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만델라가 지냈던 독방을 둘러보며 민주주의와 국가 통합을 위한 그의 긴 여정을 되새기고 있다.
프리토리아의 메디클리닉 심장병원에서 3개월여 동안 치료받다가 지난 8월 31일 요하네스버그 북부 하우튼 지역의 자택으로 돌아간 만델라의 건강이 양호해졌다고 한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그는 호흡기 질환을 집중 치료받고 있다. 수인번호 ‘46664’를 달고 로벤섬 채석장에서 장기간 노역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로벤섬이 그를 정신적으로 강하게 만들었지만, 채석장의 돌가루는 지금까지도 그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만델라의 쾌유를 기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돼 340여년의 백인 통치를 끝내고 46년간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을 퇴장시킨 사실만으로도 존경받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화해와 포용, 비폭력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지구촌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유엔이 이례적으로 2010년 그의 생일인 7월 18일을 ‘넬슨 만델라의 날’로 정한 것도 그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 ‘마디바(만델라의 존칭)’의 건강 상태가 더욱 호전되기를 기대한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