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개도국 산모를 지켜주세요”… 아프리카 모성 보호 앞장서는 진 챔버래인 프로스 박사

입력 2013-10-11 18:52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매일 전 세계에서 981명의 산모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죽는데 이들 중 87%가 사하라 사막 이남과 아시아에 삽니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산모 4300명 중 한 명이 사망합니다. 결국 예방 가능한 질병 때문에 매년 35만8000명의 산모가 생명을 잃고 있는 셈입니다.”

국제 비영리 기구 세이브더마더스(Save the mothers·STM) 설립자 진 챔버래인 프로스(48) 박사의 말이다.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가 주최한 의료선교대회 강연 차 방한한 그를 지난 8일 만났다.

STM 설립 목적을 묻자 그는 “실례로 우간다에서는 출산 합병증으로 매년 산모 6000여명이 사망한다. 하지만 우간다와 인구가 비슷한 캐나다에선 15명만 죽는다”며 “이 같은 격차에 충격을 받아 2005년 STM을 세웠고 산모사망률을 낮추는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국제 여성건강 프로그램 디렉터이자 산부인과 전문의인 프로스 박사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예멘 파키스탄 짐바브웨 잠비아 우간다 등지를 다니며 의료선교를 해왔다. 특히 여성 인권과 출산 조건이 열악한 예멘과 우간다에 오래 머물렀다. 2000년부터 5년간은 예멘에서, STM을 설립한 2005년부터는 우간다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안전한 출산 방법과 출산 합병증 예방 교육을 했다.

특히 그는 인터서브, SIM선교회 파송 의료 선교사로 14년 동안 활동하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출산 중 과다출혈과 감염, 임신 중 고혈압 등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산모가 많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에서 합병증으로 인한 산모사망률이 높은 원인으로 ‘출산 지연’과 ‘비숙련 산파’를 꼽았다. 예방 가능한 합병증임에도 사회·문화적 이유로 출산이 지연되거나 잘못된 출산 방식 때문에 적지 않은 산모들이 죽음에 내몰린다는 것.

“의료시설과 거리가 멀고 의료 기자재와 예방약, 전문 산파가 부족할수록 출산 지연 현상이 발생합니다. 자동차와 포장된 도로가 없는 것, 출산을 위해 남편의 허락을 기다려야만 하는 것도 출산 지연의 주요한 요인이죠.”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산모의 죽음은 자녀의 생존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엄마가 사망한 아이들이 2년 내 생존할 가능성은 양친이 있는 아이들보다 3∼10배 정도 낮다는 게 프로스 박사의 주장이다.

출산에 대한 잘못된 관습이 바로잡혀야 산모와 영아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본 그는 우간다를 비롯한 개도국에서 모자보건 증진 교육을 실시했다. STM은 조산사, 사회복지사, 교사, 목사 등 의료 취약지역의 지도자들에게 안전한 출산 방법과 산후조리법 등을 가르쳤다.

“공무원, 정치인, 언론인을 대상으로 모성보호와 여권신장의 중요성을 알리는 운동을 펼쳤어요. 정부와 언론이 나서야 가족에게도 출산의 고통조차 말할 수 없는 개도국·이슬람 여성들의 삶이 바뀔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권력기관과 지역사회를 동시에 공략한 STM의 성과는 예상외로 컸다. 그의 취지에 공감한 동아프리카 지역 마을 지도자 300여명이 STM의 모자보건 교육에 참여했다. 마을로 돌아간 이들은 배운 대로 산모의 출산을 돕는 한편 학교에서 주민들에게 보건지식을 가르치며 공중보건 지도자를 양성했다. STM에서 모성보호와 모자보건에 대한 교육을 받은 우간다 국회의원들은 모성보호에 관한 법안을 최초로 발의하기도 했다.

서아프리카와 아시아에도 STM 센터를 세워 하나님의 이름으로 ‘엄마의 삶’을 바꾸고 싶다는 프로스 박사는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개도국 산모와 아이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프리카·아시아의 개도국에서 산모사망률을 낮추려면 무엇보다 사회·문화적 변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복음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이들 국가 지도자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도로 후원해 주시길 바랍니다(savethemothers.org).”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