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거센 CEO 마케팅 바람

입력 2013-10-11 18:41


검은 터틀넥 티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 창의적이고 자유로우며 간결한 애플 이미지를 만드는 데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패션은 큰 영향을 끼쳤다. 국내 전자업계에서도 최고경영자가 직접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CEO 마케팅’이 본격화되기 시작됐다. 업계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 주인공이다.

‘스타 CEO’로 불리는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 윤부근 사장은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3’에서 친절하고 세련된 면모를 보였다.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요리를 하며 관람객에게 서빙을 한 것이다. 윤 사장의 이런 모습은 세계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해나가는 삼성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LG전자에서는 최근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인 조성진 사장이 CEO 마케팅 주자로 나서고 있다. 조 사장은 공고를 졸업하고 LG전자에 입사해 LG세탁기를 세계 1등으로 만든 입지전적 인물이다. 윤 사장이 도시적이고 세련된 경영인이라면 조 사장은 무게감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이달 초부터 LG전자의 ‘트롬’ 세탁기 광고모델로 직접 활동 중이다.

이들이 기업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데는 기업 내·외부에서 CEO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묵묵히 경영에만 전념하는 경영자, 강압적이고 구시대적인 ‘회장님’ 스타일보다는, 고객들과 적극 소통하고 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뛰는 CEO를 선호하는 시대적 분위기와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다. 기업 입장에서도 시장이 세계로 확대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력 하나만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보다 제조사의 좋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게 효과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11일 “사람들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것이 단지 제품의 품질 때문만이 아니듯 다른 회사 제품에도 마찬가지”라며 “CEO가 브랜드 이미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 기업들도 그 점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